朴대통령 뇌물죄 혐의 입증에 쏠려
재벌총수들 부인 등 난항 땐
헌재 심리 길어져 부담 가중
대통령 진술조서 중요 자료로
특검 수사기록 요구도 큰 관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특별검사 수사 및 최순실(60)씨 등 국정농단 핵심인물들의 재판과 맞물려 본격 착수됐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내년 1월 말) 전, 이정미 재판관 퇴임(3월 13일) 전, 법정 결정 시한(6월 7일) 등 헌재 나름의 결정 예상 일정표는 있지만 특검 수사 진척 사항, 재판 진행 정도 등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처지다. 특검 수사와 재판, 헌재 심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적정한 시점에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헌재는 특검의 수사 시한인 내년 2월 27일까지의 성과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최씨 등의 검찰 공소장에는 담기지 못한 뇌물죄를 탄핵 사유로 명시해둔 터라, 특검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밝힌다면 헌재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재가 ‘뇌물수수’를 대통령을 파면할 중대한 법률 위반 기준으로 제시해뒀기에, 특검의 성과에 따라 헌재가 인정하는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헌재가 국정마비 장기화를 우려해 심리에 보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이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성’ 등 뇌물죄 적용의 핵심 대목을 특검에서도 계속 부인하는 등 난항이 거듭된다면 헌재 심리가 길어질 수도 있다. 특검 수사가 시한을 넘겨 30일 연장되게 되면 헌재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소추안에 명시된 탄핵사유들이 방대해서 뇌물죄에 꼭 목맬 필요가 없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중대한 헌법 위반이나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주문은 ‘파면한다’로 해서 인용 결정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특검이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 등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헌재도 수사 진척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저버린 헌법 위반을 했는지, 그랬다면 얼마나 그 책임이 무거운지를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진술조서도 재판관들의 관심사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를 계속 거부하면서 특검 조사는 받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헌재가 특검에서의 박 대통령 진술조서를 받아서 심리 과정에서 중요 증거자료로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특검 등 수사기관에서 증거조사를 위한 자료를 원만히 넘겨 받을지도 주목된다. 헌재법(32조)상 ‘범죄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기록에 대해서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특검과 검찰이 국회 등을 거쳐 주면 된다는 해석이 다수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헌재가 직접 요구할 수 없더라도 국회나 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을 통해 받는 식으로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최씨 등의 재판을 하는 법원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1심 선고라도 난 뒤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시기를 고려했을 때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19일 최씨 등의 첫 재판(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이후 증거 동의와 증인 채택 여부를 정하고, 본격적인 공판에 접어들어 증거들이 법원에 들어오려면 내년 2월쯤은 돼야 한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1심 선고는 내년 6월 말쯤 예상된다. 헌재가 재판 일정을 감안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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