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심신고 25일 만에
전국 가금류 6% 이상 사라져
보상금 규모 이미 300억원
최대 피해 2014년 넘어설 수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 각지에서 창궐하면서, 발생 한 달도 채 안돼 살처분된 가금류 숫자가 1,000만마리에 육박했다. 살처분에 따르는 보상금 규모는 300억원에 근접했다. 정부의 방역 노력이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상 최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 210개 가금류 농장에서 닭과 오리 810만1,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추가로 25개 농가에서 155만5,000마리의 살처분이 예정돼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16일 첫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25일 만에 살처분 규모가 965만6,000마리에 이른 것이다. 주초 1,000만 마리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국에 사육 중인 가금류가 총 1억5,504만마리(닭 1억4,627만마리, 오리 877만마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 달도 안돼 전국 가금류의 6%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식용 닭보다 계란 낳는 닭의 피해가 크다. 육계는 전체 사육두수 중 0.5%가 살처분됐지만 산란계(계란 낳는 닭)는 7.6%, 산란종계(산란계를 낳는 닭)는 35.4%가 살처분 대상이 됐다. 산란종계가 줄면 산란계가 순차적으로 줄어 조만간 계란 출하량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리도 전체 13.5%가 살처분됐다.
그럼에도 AI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까지 들어온 50건의 AI 의심신고 중 43건이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세종(1건) 경기(8건) 강원(1건) 충남(2건) 충북(5건) 전남(4건) 전북(2건) 등 7개 시ㆍ도, 23개 시ㆍ군에서 AI가 발생해 경남 경북 제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이미 AI가 확산됐다. 경남 지역에서도 야생조류에서 AI가 확진됐다.
정부는 현재 피해만으로도 살처분 보상금이 2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추세라면 2003~2004년(458억원), 2010~2011년(670억원)을 넘어 역대 최악의 AI로 기록된 2014년(1,017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살처분 규모만 놓고 보면 2014년(1,400만여마리) 돌파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농식품부는 방역시설 집중 점검 등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인 전국 가금류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조만간 한 차례 더 발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축제 시즌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바이러스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금류 살처분 규모가 200만마리를 넘어선 충북지역에서는 가축분뇨처리장과 비료 공장, 도축장, 전통시장 등 203곳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강원도는 16일까지 가금류 알 운반차량과 달걀 판매업소를, 30일까지는 위성합법장치(GPS) 정보 미수집 축산차량을 일제 단속한다.
아직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은 제주는 지난달 19일부터 다른 시도의 살아있는 가금류 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물론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ㆍ가공된 가금육과 알, 비료 등의 반입을 금지했다.
피해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농가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변대철 대한양계협회 포천시 육계지부장은 “내년 4월까지 AI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될 경우 살처분 등의 직접 피해 외에 이동제한에 따른 출하 지연 등 2차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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