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박 입지 확대로 주도권 경쟁
친박 인적청산 과정 분당 예상도
野, 국정수습 주도하며 대선 채비
제3지대 고리로 이합집산 가능성
黃 권한대행 체제ㆍ거국내각 놓고
여야 갈등 땐 민심 역풍 불 수도
2~3월 조기 대선 땐 야권에 유리
헌재 결정 늦어지면 개헌론 탄력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은 한 치 앞도 전망하기 힘든 ‘시계 제로’ 상황으로 진입했다. 정치권의 계산대로만 정국이 진행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탄핵을 머뭇거린 정치권을 움직인 것은 지난 6주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집결했던 촛불민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기 대통령 선거가 기정사실화 한 만큼 여야 모두 대선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여야 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분당의 갈림길에 선 새누리
탄핵 가결의 불똥은 우선 새누리당으로 튈 전망이다. 탄핵을 반대한 주류 친박계 지도부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지고, 탄핵을 주도한 비주류 비박계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세 대결이 불가피하다. 당명 변경과 박 대통령 출당 조치 등 비박계가 예고한 개혁 조치들을 두고 당분간 내분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비박계는 ‘진박’으로 분류되는 친박계의 인적 청산을 예고한 만큼 분당(分黨)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탄핵에 앞장섰던 야권은 국회 주도의 국정 수습을 강조하면서 다수의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차기 대선준비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잠룡들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탄핵 당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탄핵 국면에서 주도권 확보에 한계를 느꼈던 만큼, 새누리당이 분당될 경우 ‘제3지대’를 고리로 한 외연 확대를 통해 앞당겨진 대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국정 수습 로드맵과 관련,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입장에 따라 오히려 국정 불안이 커질 수도 있다. 탄핵안 가결 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여부를 놓고 여야는 이미 격한 공방을 주고 받은 바 있다. 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유지, 거국내각 구성 여부를 놓고 여야가 갈등을 벌인다면, 박 대통령을 향했던 촛불민심의 분노가 정치권 전체로 옮겨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재의 손에 달린 조기 대선
탄핵 가결로 조기 대선 레이스는 불가피해졌다. 주목되는 것은 여야 간ㆍ후보 간 유불리가 갈릴 수 있는 대선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 가결로 조만간 사퇴를 결심한다면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 사이에 대선이 열리는 것으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후보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헌재 결정까지는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퇴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헌재가 대선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쥔다.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탄핵 심의를 할 수 있지만, 국정 공백 부담과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빠르면 내년 1월 말쯤 결론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엔 3월 말~4월 초에 이른바 ‘벚꽃 대선’이 열린다. 내년 1월 중순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전열을 가다듬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헌재 심리가 늦어질 경우엔 내년 6월에서 늦으면 8월 초 사이에 대선이 열린다. 정계 개편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대선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내년 4월 대통령 퇴진ㆍ6월 대선’을 당론으로 추진했던 것에도, 현재 눈에 띄는 여권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개헌론 고리로 정계개편 불 붙나
헌재 결정 이전까지 개헌론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박 대통령 탄핵 국면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맹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서도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
이미 정가에선 새누리당 비박계와 민주당 비문재인계, 국민의당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친박계와 친문계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대안세력을 모색하고 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국민의당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당장의 개헌에는 부정적이지만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선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변수다. 또 반 총장이 귀국 이후 개헌 세력과 제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앞서 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을 꺼냈다가 여론의 차가운 반응에 직면했고,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권력 나눠먹기’라는 비판적 여론이 상존한 상황에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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