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자프로농구 신인선발회 전체 1순위로 청주 KB스타즈를 10년째 지키고 있는 에이스 강아정(27ㆍ180㎝)과 ‘향후 10년을 책임질’대형 신인 박지수(18ㆍ193㎝)가 뭉쳤다. 한국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둘의 만남 자체로 기대를 모았고, 실제 코트에서 호흡을 맞출 날이 머지않았다. KB스타즈 1순위 지명 이후, 18세 이하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 합류했던 박지수는 대회 중 발등을 다쳐 이달 중 복귀를 목표로 재활 단계를 밟고 있다.
강아정과 박지수는 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처음 가졌다. 강아정은 인터뷰 내내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말 못할 부담감을 안고 있을 막내를 걱정했고, 박지수는 9세 나이 차 때문인지 선배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쑥스러워했다.
대표팀과 다른 우리 사이
강아정과 박지수는 한솥밥을 먹기 전인 지난 6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 예선 당시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대표팀은 5-6위 결정전에서 벨라루스에 패해 5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쳤지만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강아정이 주포로 자리매김했고, 박지수는 5경기에서 평균 10.8리바운드를 잡아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강아정은 “대표팀에서 나도 처음 주전으로 뛰었고, 지수도 물론 마찬가지였다”면서 “지수가 강 팀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골 밑을 든든하게 지켜줘서 슛도 편하게 쐈다”고 돌이켜봤다. 박지수는 “언니가 슛을 너무 잘 넣어줘 편했다”며 “슛이 안 들어가면 리바운드를 해야 하는데 계속 들어가니까 기분도 좋고 신났다”고 말했다.
대표팀 얘기를 하던 중 강아정은 달라진 둘의 사이를 언급했다. 강아정은 “지수가 대표팀에 있을 때는 곧 헤어질 사이라서 그랬는지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쑥스러워한다”며 “앞으로 계속 한솥밥을 먹어야 할 사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박지수는 “(언니가)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봐야 하니까”라면서 “대표팀에서 내가 실수를 해도 언니가 괜찮다며 엉덩이를 두드려줄 때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후배의 깜짝 고백을 받은 강아정은 “그런 걸 좋아하는구나”라며 “복귀하면 많이 두드려줄게”라고 화답했다.
같은 길 걸어 더욱 와 닿은 진심
강아정의 2007년 신인 시절 상황은 현재 박지수와 비슷했다. 입단 당시 대선배 변연하(은퇴)가 있었던 데다가 1순위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두각은 2순위 김단비(26ㆍ인천 신한은행)가 먼저 나타냈다. 박지수 역시 부상으로 휴업 중인 사이 2년차 무명 가드 김지영(18ㆍ부천 KEB하나은행)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강아정은 “주위의 기대치가 크니까 어디에도 말도 못하고 지수가 받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나도 신인 때 단비가 먼저 성장했고, 내가 단비보다 잘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자꾸 비교돼 스스로 불행했던 것 같다.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 일을 먼저 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 된다. 아직 고교도 졸업 안 한 선수니까 부담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지수는 “다른 동기들이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혼자 조급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언니 말대로 자신 있게 내가 할 일인 궂은 일을 먼저 하다 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07년 입단 이후 준우승만 두 번 경험한 강아정에게 우승은 절실하다. 특히 KB스타즈는 1998년 여자프로농구가 막을 올린 이후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강아정은 “박혜진(춘천 우리은행)에게 맨날 우승하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정말 좋았고, 그 다음부터는 우승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면서 “학창 시절에 우승을 많이 해봤는데 자고 나면 다음날 허무하다. 이 허무함을 느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박지수는 “올 시즌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년부터 아정 언니가 코트에 있을 때까지 되도록 많은 우승 반지를 껴드리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강아정의 5개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박지수는 다부지게 “네”라고 답했다.
한편 KB스타즈는 9일 신한은행에 65-81로 졌다. 이로써 4승8패로 신한은행과 함께 공동 5위가 됐다.
인천=글ㆍ사진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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