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지을 수 있게 헌집 비워야"
친박 지도부 타깃 인적쇄신 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온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은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당내에서 새로운 변화, 쇄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하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표결 과정에서 드러난 친박계의 이탈 조짐으로 향후 비주류 주도의 당 수습이 예고되면서 비주류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헌 집을 빨리 허물 수 있도록 머물렀던 사람이 집을 비워야 한다”며 “새롭고 참신한 사람들이 새 집을 짓고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시국위는 오는 11일 총회를 열고 향후 당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비주류 진영은 지난달 13일 의원 40여명이 참석하는 비상시국위를 출범시켜 친박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매주 일요일마다 총회를 연 데 이어 탄핵 표결을 앞둔 지난 4일 이후부터는 매일 오전 회의를 열고 탄핵 추진 의지를 다졌다. 이날 오전에도 의원 33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한 비상시국위는 “오늘 참석하지 않은 의원 가운데서도 탄핵 찬성파가 있다”며 중립지대 의원들을 겨냥한 친박계의 회유 작전에 맞섰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친박계가 선뜻 당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되지만, 일단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에서 비주류의 입김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때문에 비대위원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원조친박’ 출신으로 한때 박 대통령 측근이었던 두 사람은 탄핵이 가결된 직후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도 불참한 채 입장자료를 통해 “마음이 매우 무겁고 참담하다”며 “이제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도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자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며 “헌법 질서를 지켜가며 정치혁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직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비상시국위에 참여해온 원희룡 제주지사는 “새누리당은 오늘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보수의 자세를 갖춘 인물들로 새로운 보수의 재편에 획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한민국 리빌딩의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라며, 그것은 새누리당 해체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서청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진박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