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발효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에는 197개국이 수소불화탄소(HFC) 감축을 골자로 한 ‘키갈리 협약’에 합의했다. 최종 합의안은 각국을 경제 수준 별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감축 목표를 차등적으로 부과했다.
HFC는 프레온가스로 불리는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돼, 1980년대부터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로 널리 사용돼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보다 1만 배 이상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HFC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슈퍼 온실가스’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키갈리 협약은 기후관련 단일 합의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온도 저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는 협상안대로 HFC가 감축되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0.44도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리협정과 달리 통상 제재를 통한 강제이행규정을 마련해 법적 구속력까지 갖췄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한편, 중산층에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는 감축 이행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비용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수소불화올레핀(HFO) 등 HFC의 대체 물질 자체가 고가인 탓에 이미 설치된 에어컨을 교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의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공식 비준이 가능한데,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측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비준이 실패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환경보호청(EPA)을 통한 행정부 차원의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강유빈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