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나와 마주서는 순간
서명숙 글, 강길순 사진
북하우스 발행ㆍ276쪽ㆍ1만5,000원
‘해녀 학교’라는 것도 생겼다지만, 이 사람은 아예 명함을 파서 다닌다. ‘부장 XXX’ ‘상무 XXX’ 하듯 ‘해녀 채지애’라고 쓰여있다. 해녀 중 최고 실력을 갖췄다는 ‘대상군’ 해녀가 엄마였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지독하니 살았다. 그래선지 어릴 적엔 제주 좋은 줄 몰랐다. 기술을 익혀 뭍으로 나갔다. 독하더니 잘 키웠다고 부러워했다. 첫 아이, 둘째 아이 낳고선 우울증에 시달렸다. “니네 아방 죽고 나니까 집채만한 파도가 덮쳐도 안 무섭더라, 서방 죽었는데 뭐가 더 무서울 게 있냐고”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해녀가 되기로 했다. 다들 의아해했지만, 동네사람이었으니 받아줬다. 아직은 초짜인 ‘애기상군’이지만, 대상군 어멍을 따라 깊은 바당에 나가는 꿈을 꾼다. 물질하는 날이면 두 아이는 바다에 나온다. 멀리서도 엄마를 잘 알아보라고 테왁에다 빨간 깃발을 꽂아둔다. “우리 어멍도 그 때 이런 심정이었겠지” 중얼대며 ‘가슴으로 쉬는 숨’을 쉰다.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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