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기명 수기(手記)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회 관례상 인사(人事)와 관련된 안건에 대해선 무제한 토론이 허용되지 않아 이르면 한 시간, 늦어도 한 시간 반 안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탄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9일 오후 3시에 본회의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5시 전에는 탄핵안의 가부(可否)가 나온다는 얘기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소추의결서 사본이 청와대에 송달된 것이 확인된 그 순간부터 박 대통령의 모든 직무는 정지된다.
표결에 드는 시간은 40여분에 불과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 결과의 확인 시점은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본회의 진행과 관련한 의원들의 발언 자체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성 친박계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이미 신청했다. 의원당 5분으로 발언 시간이 제한돼 있지만, 그의 발언에 따른 야권의 반박 발언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정세균 국회의장이 “의사 진행을 가장한 고의 지연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의사진행발언이 최대 한 시간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의사진행발언 절차를 제외하고 표결에 소요되는 시간은 30~40분 정도로 예상된다. 본격 표결 절차는 탄핵안 대표 발의자가 소추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여야는 투ㆍ개표 상황을 관리할 감표(監票) 의원 8명을 지정한다. 의석 수에 따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4명,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당 1명이 각각 감표 의원을 맡는다.
투표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명패를 들고 본회의장에 설치된 기표소 앞으로 이동한 뒤 명패함에 자신의 명패를 넣고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의원들은 찬반으로 칸이 나눠진 투표 용지에 한글 혹은 한자로 ‘가(可)’, ‘부(否)’라는 글자를 직접 써 투표함에 넣는다. 모든 의원들의 투표가 끝나면 국회의장이 투표 절차 종료를 선포한다. 이 때부터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개표를 시작하며, 동시에 감표 의원들이 명패 수와 기표 용지 수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한다. 전체 명패 수와 기표 용지 수가 불일치하면 투표는 무효가 되며, 일치할 경우 국회의장은 최종 투표 결과를 공표한다.
2004년 3월 1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에는 31분이 걸렸다. 다행히 국회의장석 점거 등을 금지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 중이라,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벌어진 본회의장 내 극심한 몸싸움은 재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 탄핵의결서 송달 확인 순간부터 직무정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결재한다. 이후 정본은 국회 사무처의 실무처리 과정을 거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만 전달된다. 동시에 의결서 등본(사본) 2개 중 하나는 국회 의사국 직원이 직접 들고 청와대에 전달하며, 나머지 하나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 이후 박 대통령이 사본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국회 관계자는 “2004년 당시는 탄핵이 처음이고 실무자들이 가결을 예상 못해 송달 확인에만 5시간이 걸렸다”며 “지금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실무적 준비를 해둬 훨씬 더 이른 시간 안에 송달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정본 탄핵소추의결서를 제출하는 순간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헌재는 탄핵안 가결 직후 받은 사본을 바탕으로 심리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 정본 제출 이후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부여하고 헌법재판 정보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입력한다. 탄핵 사건은 전자배당을 통해 주심 재판관이 결정되며, 재판관 9인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자동 회부된다.
전원재판부 평의는 통상 매주 목요일 한 차례 이뤄지며, 탄핵 사건 변론 과정은 일반에 공개된다. 헌재는 의결서 접수 시점에서 18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판관 9인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파면되며, 차기 대통령 선거가 60일 이내에 진행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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