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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즉위하자마자 언론통제 나선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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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즉위하자마자 언론통제 나선 태국

입력
2016.12.0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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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각교 주간회의를 갖기 위해 정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각교 주간회의를 갖기 위해 정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비판적 기사 쓴 ‘BBC 태국’ 수사

“왕실모독 명분 공포정치 착수” 評

마하 와치랄롱꼰(64) 신임 국왕 등극과 함께 태국에서 엄격한 언론통제가 시작됐다. 태국 군부정권은 새 국왕과 관련해 부적절한 기사를 게재한 BBC 태국어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데 이어 국왕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임 국왕을 등에 업은 군부 정권의 공포정치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전날 새 국왕에 관한 인물기사(프로필)를 게재해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른 BBC 태국어 사이트의 사례를 거론하며 “태국에 사는 사람이 태국법을 어겼다면 반드시 기소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서는 몰라도 태국에서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감한 뉴스를 유포하는 경우 선동죄 또는 컴퓨터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언론에 경고했다.

군부 최고지도자이기도 한 쁘라윳 총리의 발언은 와치랄롱꼰 국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언론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태국은 왕실모독을 엄히 처벌하고 있는데, 왕실모독에 관한 규정을 담은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는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태국 군부 정권은 모독 행위에 대한 구체적 규정도 없이 폭넓게 법을 적용하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태국 당국은 신임 국왕과 관련해 비판적 기사를 게재한 ‘BBC 타이’ 방송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BBC가 태국어 서비스를 위해 출범시킨 BBC 타이는 지난 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와치랄롱꼰 국왕 관련 현지어 인물기사를 게재하면서, 1972년 왕세자로 책봉될 때부터 신임 국왕은 국민들로부터 받던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신임 국왕이 권좌를 물려받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국은 국왕의 왕세자 시절 개인사 등을 담은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조사를 지시했다. 또 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한 학생운동가 자투팟 분팟타라스카(25)를 기소했다. 기사가 떠 있는 BBC 타이 인터넷 사이트의 접근도 차단했다. BBC는 지난 2일부터 방콕 사무소를 폐쇄한 가운데 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도 내지 않고 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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