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비중 14년 만에 감소
“시장 변동성 크고 미래 불확실”
5대기업은 3%나 넘게 줄여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빨간불
중기ㆍ벤처는 8.4% 증가 고무적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이 경쟁력의 원천인 연구개발(R&D) 투자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와 민간의 총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4년 만에 감소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를 위한 R&D를 늘려야 할 시점에 오히려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되며 핵심 기술과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의 ‘2015년 연구개발 활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는 전년보다 2조2,252억원(3.5%) 증가한 65조9,59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23%로 전년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GDP 대비 R&D 비중이 감소한 건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줄어든 이유로 미래부는 민간의 투자 규모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2014년 7.1%에 달했던 기업 연구개발비 증가 폭은 지난해는 2.6%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대기업들의 R&D 투자 위축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연구개발비 상위 5대 기업이 지난해 사용한 연구비는 총 22조3,106억원으로 전년(23조273억원)보다 3.11%나 줄었다. 상위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총 25조6,834억원으로 전년(25조9,605억원) 대비 1.07% 감소했다. 이들 10대 기업의 연구비 총액은 기업 전체 연구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업들이 R&D에 소극적인 것은 그 만큼 미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 R&D 투자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의 경상비 부문이 감소한 것도 한 요인이다. 기업 연구개발비는 크게 인건비ㆍ교육훈련비ㆍ원재료비를 포함한 경상비와 토지ㆍ기계ㆍ건물 등에 들어가는 자본적 지출로 나뉜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구비 상위 기업들이 자본적 지출을 늘리긴 했지만 규모가 훨씬 큰 경상비를 대폭 줄이면서 전체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위 5대 기업은 지난해 자본적 지출은 2,000억원 늘렸으나 경상비는 1조원 가까이 줄였다.
기업의 R&D가 위축되며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정부ㆍ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5%로, 전년(24%)보다 커졌다.
그러나 중소ㆍ벤처기업의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것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14년 11조2,367억원에서 지난해 12조2,061억원으로 8.6%나 증가했다. 중소ㆍ벤처기업 연구개발비가 기업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9%로, 전년(22.5%)보다 1.4%포인트 늘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강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침에 따라 전국 5만6,109개 기관ㆍ기업을 대상으로 전수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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