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어. 비겁한 무력한 이런 나라서 너무 미안해.”가수 김윤아는 8일 낸 새 앨범 ‘타인의 고통’ 속 동명 수록 곡에서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속수무책인 자신을 흐느끼며 자책한다. 김윤아는 타인의 고통을 주제로 타이틀 곡 ‘꿈’ 등 10곡을 만들어 새 앨범을 꾸렸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 농단으로 국민은 더 깊은 절망에 빠져들었다. 불안과 갈등이 고조되는 시국에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김윤아의 음악 작업이 특별할 수 밖에 없다.
김윤아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신한카드 판스퀘어에서 열린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1년 전부터 ‘타인의 고통’을 앨범 타이틀로 쓰고 싶었다”며 작업 계기를 들려줬다.
“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들여다 봐요. 방송 일 하는 분들이 아닌 학생이나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분들 같이 평범한 분들의 SNS를 더 관심 있게 보죠. 지켜보니 다들 힘들더라고요.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고통을 느꼈는데, 정작 그 고통을 이해해 줄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작업을 시작했죠.”
지난 4월 먼저 공개된 뒤 이번 새 앨범에도 실린 곡 ‘키리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음악 팬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윤아는 “‘키리에’를 듣고 세월호 사건을 떠올렸다는 분을 많이 만났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어떤 사건을 떠올리느냐는 개인의 자유”라면서 “스스로에게 큰 상실감을 준 사건이었다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보탰다.
김윤아는 ‘여성의 상실’에도 주목한다. 그는 새 앨범 수록 곡 ‘은지’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모든 향기는 회색이 되고”라며 서글프게 한 여성의 존재의 소멸을 노래한다.
“‘은지’는 우리 여성들에 대한 노래예요. 사랑하니까, 여자니까, 자신을 다 갈아 넣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 ‘내게 뭐가 남았지’라며 허탈해 하는 여성들, 빛나고 아름답고 생기발랄했던 여성들에 대한 곡이죠.”
김윤아의 솔로 앨범 발매는 2010년 3집 ‘315360’ 이후 6년 만이다. 김윤아에게 최근 2년 여의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김윤아는 목소리에 이상이 와 뮤지컬에서 중도하차하기도 했다. 계속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던 위기의 순간이었다. 김윤아는 “후두염을 앓으면서 발성장애가 왔다”며 “그 땐 쇳소리가 나 놀랐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전에 없던 소리가 난다”며 후유증을 털어놨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는 오랫동안 의지했던 지인을 먼저 떠나 보내기도 했다.
“여러 일을 겪은 뒤 낸 솔로 앨범이라 더 애틋해요. 제가 겪은 슬픔이 담긴 앨범이기도 하고요. 요즘 안팎으로 걱정이 많은 시기라 새 앨범 홍보하는 일이 죄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때 누군가에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어요.”
새 앨범을 낸 김윤아는 9일부터 11일까지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연다. 내년엔 솔로가 아닌 밴드 자우림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자우림은 2017년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타인의 고통’을 낸 김윤아는 행사 말미 ‘타인의 행복’을 빌며 인사를 건넸다.
“누구나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잖아요. 전 제 옆에서 누군가가 힘든 일을 겪을 때 ‘내 일이 아니니까’라고 넘길 수 있는 대범한 사람이 아녜요. 그래서 더 많인 분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안에서 행복해졌으면 좋겠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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