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유물 중에는 아직도 새롭고 앞으로도 더 새로워질 수 있는 조형의 아름다움이 적지 않다. 그것은 전통 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통해서 한국미의 오늘을 자리 잡아줄 수 있는 소중한 밑천이며, 시대를 초월해서 근대적이고 또 건강한 아름다움으로까지 번져나갈 소지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한국미술 고유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혜곡 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산문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학고재 발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조선 공예품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건강과 정직의 아름다움이 신기로울 만큼 멋지게 발로된 경우가 많다”며 상찬했다. ‘건강’은 구조의 착실함과 용도의 쓸모를, ‘정직’은 허례가 없이 공예 본질의 아름다움을 지님을 뜻한다.
가나문화재단은 최순우 탄생 100주년을 기려 조선 공예품 650여 점을 선보이는 ‘조선공예의 아름다움’ 전시를 15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연다. 박영규 용인대 명예교수가 총괄 기획한 이 전시는 18세기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조선 공예품 중에서도 그 동안 선보일 기회가 적었던 개인 소장품 위주로 구성됐다. 소박한 가운데서도 높은 격조를 갖춘 작품을 특별히 선별했으며 소재와 기술적 다양성도 고려했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고미술’로 불리는 것들은 사실 예전에는 골동품, 그 이전에는 고물로 분류됐다”며 “‘한 사람 천재의 눈은 만인의 눈을 대신한다’는 격언처럼 고물을 고미술로 만든 비상한 안목을 지녔던 자가 바로 최순우 선생”이라고 말했다.
전시물 중 투박한 멋이 있는 ‘곱돌약주전자’(19세기)는 구하기 쉬우면서도 열을 잘 견디는 곱돌을 사용해 제작했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석공예품을 전시에 포함한 데는 ‘최 선생은 옛날 것은 모두 좋다고 하시지’라는 조롱 섞인 농담을 들었을 정도로 한국 특유의 미를 사랑했던 최 전 관장의 뜻이 반영됐다.
최순우 전 관장은 “돌에는 어디로도 통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음직한 아름다움이 살고 있으니 이것이 ‘투’의 미요, 돌은 그 어디에도 눈이 있어서 그 어느 면에도 소홀히 외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니 이것이 바로 ‘누’의 미요, 돌은 고고하게 솟아나서 오랜 풍상에 부대낀 조촐하고 메마른 아름다움을 지녔으니 이것을 일러서 ‘수’의 미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시에서는 손가락으로 파문을 그린 ‘옹기동이’(20세기), 장식과 방한을 겸해 씌우는 어린이용 모자 ‘굴레’(1914), 최순우 전 관장이 장욱진 화백에게 선물했다는 철제촛대 등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전통공예품이 출품됐다. “세상에는 ‘제 눈의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의 안목도 어떤 면에서는 내 안경에 맞는 주장을 세워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가리는 즐거움을 함께하자는 생각을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을 뿐이다.”(‘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중)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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