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ㆍ차은택 “최순실 PC 잘 못해”
태블릿 주인 아닐 가능성 시사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였다. 7일 국회 본청 245호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최순실씨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순실’이란 이름은 하루 종일 거론됐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최씨가 불참하면서 나머지 증인들은 발뺌하기 바빴다. 그 사이 청문회는 진상규명은커녕 책임 떠넘기기 자리로 둔갑했다.
최씨를 고리로 엮여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회의장에 나란히 앉아 법정 대질신문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데 모여 있으면서도 서로 엇갈린 증언만 내놓으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증인들의 답변 스타일도 대조를 보였다. 최씨를 모른다고 잡아 뗀 김 전 실장은 청문회장에서도 ‘왕실장’처럼 굴었다. 꼿꼿한 자세로 각종 의혹에 고개를 연신 저으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다른 증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마다 빤히 째려보면서 무언의 압력을 넣는 모습도 보였다. 김 전 실장은 정회 시간에도 증인 대기실을 찾지 않고 청문회장에 남아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여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의 여유도 보였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에 최씨가 언급돼 있지 않았다는 발언이 곧장 거짓말로 드러나자, 김 전 실장은 크게 당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급해진 김 전 실장이 의원들 발언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 “나이가 들어 착각했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청와대에 근무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박 대통령에게 토 달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 최순실 게이트가 어떤 상황에서 벌어졌는지 짐작하게 했다.
구속 수감 중에 나온 차 전 단장과 김종 전 차관은 그야말로 ‘죄인 모드’였다. 포승줄에 묶여 국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동할 때마다 교도관들이 팔짱을 낀 채 포박했다. 차 전 단장은 땀이 나는 손을 바지에 문지르는 등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김종 전 차관은 넋 나간 표정으로 시종일관 고개를 떨군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변했다. 반면 고 전 이사는 정회 시간 일부 기자들과 국회 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등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
청문회에서 최씨의 태블릿 PC도 논란이 됐다. 고 전 이사와 차 전 단장은 “최씨는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며 태블릿 PC의 주인이 최씨가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태블릿 PC를 JTBC 방송사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고 전 이사는 “자신은 결코 아니다”며 “해당 방송사가 직접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JTBC 손석희 사장을 출석시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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