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조’ 청문회 출석
“차은택도 朴 지시로 만났다”
車ㆍ우병우 장모, 崔와 가까워
朴, 崔 인사들 공직 앉힌 셈
車 “내 생각도 朴연설문에 포함”
불출석자들 19일에 5차 청문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자신에게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주변 인사들을 소개한 뒤 공직에 임명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최씨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은택(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경우 “박 대통령의 지시로 만났다”고 했으며, 2014년 5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민정비서관으로 기용할 당시에도 “박 대통령이 지명을 해 면담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최씨에 대한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차 전 단장은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누가 우병우 전 수석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스카우트했느냐”는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지명했고 (우 전 수석을) 만나서 의사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최씨가 우 전 수석 장모와 가까워서 발탁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최씨는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골프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실장은 최씨와의 관계를 추궁한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도 “최순실을 알았다면 뭔가 연락을 하거나, 한 통화라도 하지 않았겠느냐”며 “검찰이 조사하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차 전 단장은 “최씨가 ‘김기춘은 고집이 세다’ 등 푸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상반된 증언을 했다.
차 전 단장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를 묻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엔 “2014년 최씨의 요청을 받고 몇 분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에 추천했는데 (은사인 김종덕 장관으로) 관철되었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차 전 단장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최씨가 문화창조나 문화콘텐츠와 관련해 내 생각을 써달라고 해서 써준 적이 있다”며 “그 내용 중 일부가 대통령 연설에 포함돼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최씨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도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관련해 “연설문 고치는 것을 잘하는 것 같았다”며 “최씨가 PC(개인용 컴퓨터)에 스캔과 팩스가 안 된다고 해서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를 얼핏 봤을 때 그것(연설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증인 27명 중 핵심증인인 최씨와 우 전 수석 등을 제외한 13명만 참석하는 등 ‘반쪽 청문회’로 진행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으나 김 전 실장은 “알지 못한다”,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역사 앞에서 똑똑히 하라.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에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 대해선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조특위는 15일 4차 청문회 증인으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비선실세 정윤회씨,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30명을 채택했고, 16일 청와대 경호실과 차움병원, 김영재 성형외과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여야 3당 간사는 오는 19일에는 최씨와 우 전 수석 등 1~4차 청문회 불출석자에 대한 5차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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