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라 함은 일반적으로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조류를 일컫습니다. 흔히 남북을 오가며, 번식지와 월동지를 선택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를 여름에 찾는 경우를 여름철새라 하고 겨울에는 겨울철새가 북방으로부터 찾아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조류는 바로 북극제비갈매기입니다. 매년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최장거리 여행자 중 하나죠. 이주 시간은 각 종별로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흔히 낮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시작됩니다. 철새들은 이동할 때 태양이나 별과 같은 이정표를 이동하기도 하며, 지구가 내뿜는 자기장 혹은 기억하고 있는 지형도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철새는 자신이 지내던 지역을 떠나 여행경로에 올라서게 되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포식동물에 의한 폐사도 있지만 문제는 먹이의 부족입니다. 먹이는 곧 서식지의 양과 질로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충분한 서식공간이 존재한다면 일정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서식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제가 살고 있는 전북 군산의 32년간 변화의 모습을 다음의 영상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갯벌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습지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갯벌이나 내륙습지는 겨울철새인 오리와 기러기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또 맹금류나 삵과 같은 중소형 육식동물에게도 중요한데요 그 이유는 먹이사슬입니다. 오리와 기러기들은 이들 육식동물에게 겨울을 넘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양식입니다. 여름에 태어난 어린 육식동물에게는 가장 혹독한 시련이 겨울이며, 어미동물들에게는 내년 번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만약 이 육식동물들이 사라지게 되면, 설치류들의 창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죠. 설치류가 우리 인간에게 수많은 질병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겨울철새들의 보전이 왜 인간에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겨울철새 중 오리류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요 유입원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 바이러스는 꽤나 오랜 시간 오리류와 공존을 해온 터인지라, 오리류에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가벼운 감기에 걸리는 수준이죠. 하지만 같은 서식지 특히 저수지와 같은 고인 물에 머무는 고니류나 기러기류 등 다른 철새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다 같은 겨울철새가 아닌 겁니다.
바이러스를 보유한 오리를 잡아먹는 맹금류들도 이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합니다. 2010년과 2016년에도 수리부엉이들이 감염되어 폐사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잇습니다. 생태학적 큰 틀에서 바라보면 이 바이러스와의 공존은 야생오리류가 포식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일 수도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입은 가금 산업을 어느 정도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일부 지역자지단체에서는 겨울철새들의 서식지에 항공방제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살균제를 뿌려댔습니다. 사실 이 살균제가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살포가 필요한데요, 간헐적 살포는 오히려 그로 인한 환경피해가 더 심하다고 볼 수 있겠죠.
심지어 철새들을 내쫓는다는 목적으로 하천 주변의 갈대밭을 모조리 불태워버린 일들도 발생했습니다. 오리류는 갈대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어이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서식지 교란으로 철새들이 이동하게 되면 바이러스를 더 널리 퍼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스트레스는 질병 병원체의 증식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가금 산업 내 AI의 확산은 사람과 가금류의 이동이 가장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이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AI의 유입이 철새와 연관된다는 것은 맞을 수 있지만 파상적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결국 가금의 밀집사육방식, 더 나아가 좀 더 저렴하게 쉽게 많은 고기를 소비하려고 하는 우리의 욕심이지 않을까요? 겨울 철새들이 편안하게 지내고, 사람도 안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일 겁니다.
▶ 충남 서천에서 보여준 가창오리의 군무 영상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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