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역대 최대 상금 규모로 치러졌지만 오히려 갤러리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확실한 흥행카드였던 박성현(23ㆍ넵스)마저 미국 진출을 하게 돼 내년 시즌 갤러리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는 관객이 증가한 대회보다 줄어든 대회가 더 많다. 갤러리를 집계하지 않은 해외 대회와 제주 지역 개최 대회를 제외한 22개 대회 중 10개 대회의 갤러리가 늘어난 반면 12개 대회는 입장한 팬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찾은 10개 대회 가운데 6개 대회는 관객이 줄었다. 갤러리 2만명이 넘는 특급 대회도 지난해 5개에서 올해는 2개로 줄었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 용인시의 수원CC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오픈은 지난해 2만5,000명이 운집했지만, 올해는 1만9,350명에 그쳤다. 작년에 2만4,200명을 불러모았던 BMW 챔피언십도 올해는 1만2,000명으로 뒷걸음질 쳤다. 작년에 2만1,500명의 골프 팬이 찾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도 올해는 1만3,000명만 관전했다.
국내 여자 골프 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갤러리를 끌어들이는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도 관객이 줄었다. 지난해 3만9,870명에서 올해는 3만2,879명으로 감소했다.
관객 감소 원인은 복합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와 박성현의 경쟁 구도가 올해는 박성현 독주 체제로 바뀐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리우올림픽도 관객 감소에 한 몫 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곤 한다. 유례없는 폭염과 올림픽 특수가 겹친 7월과 8월에 개최된 대회는 대부분 관중 감소를 겪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시즌 막판, 3개 대회는 모조리 관객이 줄어들었다.
관객이 늘어난 대회는 대부분 접근성이 더 나은 골프장으로 개최지를 옮긴 덕을 봤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지난해 경기 광주 남촌CC에서 개최 당시 2만3,200명이 찾았지만 올해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로 장소를 바꾸면서 3만300명으로 관객이 대폭 늘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는 내년에는 대회와 상금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관중 감소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박성현의 부재가 가장 크다. 골프 대회 대행사 관계자는 “박성현이라는 확실한 흥행 카드를 대신할 스타 선수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정치, 경제적 여건이 아무래도 올해보다 더욱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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