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옛 스타들이 잇따라 TV로 귀환하고 있다. 왕성한 활동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지만 지금은 소식이 뜸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이 궁금하다는 의미에서 ‘근황의 아이콘’이라 불리고 있는 추억 속 얼굴들이다. 이들이 오랜만에 직접 TV에 나와 들려주는 ‘근황’에 시청자들도 반색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근황의 아이콘’은 배우 최민용이다. 지난달 27일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나와 스튜디오와 안방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7) MBC 에브리원 드라마 ‘연애의 발견’(2007) 출연 이후 무려 9년 만의 방송 출연이다. 최민용은 인기 절정의 순간에 돌연 사라져 오랫동안 팬들의 궁금증을 샀다. 가끔씩 목격담과 사진이 전해지면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우스개까지 나돌았다.
막강 섭외력을 자랑하는 ‘복면가왕’ 제작진이지만, 지난해 연락이 닿았을 땐 최민용이 고사했다. 그러다 올해 다시 최민용과 가까운 PD를 통해 소개 받아 출연을 성사시켰다. 연출자 노시용 PD는 “섭외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최민용이 라이브로 노래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즉시 함께 노래방으로 갔다”며 “최민용의 노래를 들어보니 목소리 톤과 가창력이 좋아 적극적으로 출연을 설득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복면가왕’을 시청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제작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민용은 물론 이순재와 김혜성, 신지까지 섭외해 ‘하이킥’ 동창회 특집을 꾸렸다.
지난달 30일 JTBC 예능프로그램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배우 신동욱도 화제의 인물이다. 신동욱은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2006)와 SBS 드라마 ‘쩐의 전쟁’(2007) ‘별을 따다 줘’(2010) 등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했지만 군복무 중이던 2011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를 출간하며 6년 만에 대중 앞에 선 그는 ‘말하는 대로’에서 신체적 고통과 싸워온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들려주며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세대 아이돌그룹 젝스키스의 멤버 고지용은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과 함께 출연한다. 지난 4월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2-젝스키스’ 편을 통해 젝스키스 해체 이후 16년 만에 ‘근황’을 전했던 그는 재결합한 젝스키스에는 참여하지 않고 이전과 다름없이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관계자는 “고지용이 아들과의 추억을 쌓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며 “평범한 직장인 아빠의 주말 육아기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아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출신 배우 유민도 KBS2 드라마 ‘아이리스2’(2013) 이후 3년 만에 한국 나들이를 한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택시’ 녹화를 마쳤다. 유민 편 방송은 타이틀마저 ‘근황의 아이콘’ 특집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다채널 시대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송가의 경향이 맞물리면서 옛 스타들의 활동 무대가 넓어졌고 시간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한 예능프로그램 관계자는 “종합편성채널이 활발히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방송 출연 기회 자체가 많아졌다”며 “프로그램 콘셉트와 포맷이 다양해진 것도 옛 스타들을 일시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젊은층에까지 폭넓게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는 대로’의 경우 뮤지션들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버스킹을 토크에 접목한 포맷이라 연예인은 물론 TV에서 보기 어려웠던 인사들까지 인지도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출연한다. 신동욱의 출연이 가능했던 것도 이런 포맷이 주효했다. 연출자 정효민 PD는 “많이 노출돼 잘 알려진 사람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신동욱도 소설 출간 소식을 듣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섭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젝스키스 재결합 이후 HOT와 SES가 재결합 소식을 알렸듯, 옛 스타들의 잇따른 복귀는 또 다른 옛 스타들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복면가왕’의 노 PD는 “옛 스타들이 동료들의 복귀 반응을 보고 자극을 받아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도 많다”며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맞물려 앞으로도 오랜만에 복귀하는 스타들을 더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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