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터뷰] 김남길 "'부산행'과 비교? 덜 힘들지는 않았을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터뷰] 김남길 "'부산행'과 비교? 덜 힘들지는 않았을 것"

입력
2016.12.07 08:23
0 0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이제 더 이상 배우 김남길에게 '나쁜 남자' 수식어는 붙지 않을 것 같다. 재난영화 '판도라'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놨다. 잘생긴 외모도, 세련된 이미지까지 버린 채 평범한 원자력발전소 노동자 재혁으로 완벽히 몰입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남길의 재발견'이었고, 이를 본 전도연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뭐지? 진심인가?"라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젓는 김남길을 만났다.

-캐릭터를 위해 살을 좀 찌운 것 같던데.

"맞다. 재혁 캐릭터가 평범한 원전소 직원인데 날카로운 이미지가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일부러 살을 찌웠다. 자연스럽게 보이려 일부러 세수도 안하고 씻지도 않은 모습 그대로 연기했다. 지금 헤어스타일도 영화 속 재혁의 머리 그대로다. 아, 그렇다고 지금도 머리를 안 감은 건 아니다. 새벽에 감고 잤다(웃음)."

-김남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쁜 남자'였다.

"전작에서 주로 도시적인 이미지, 슬픈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런 것 같다. 원래 한 배우의 이름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조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나쁜 남자' 아닌가. 양조위와 같은 이미지를 안고 가니 위험성이 있더라. 편안한 연기, 사투리 연기 등이 어색해 보일 것 같았다. 물론 '해적' 때 힘이 덜 들어간 연기를 하긴 했지만 그 이후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속 사투리 연기에 혹한 점수를 줬다.

"어색하니까(웃음). 스크린으로 봤을 때도 사투리가 너무 어색했다. 실제로 사투리 연습은 한 달 정도 했다. 사투리 선생님과 함께 연습을 했는데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 연극배우 선배는 지방에 직접 가서 부딪혀 봐야 사투리를 빨리 배운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부산에 갔을 때 택시를 타고 '아재여~ 해운대 좀 가입시더~'라고 말하니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쓱 보며 '서울에서 오셨는가 보지예~'하는데 엄청 민망했다. 그 때부터 사투리 연기를 완벽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다. 원주민이 아니면 사투리는 자연스러울 수 없다. 연기자로서 정서적인 메시지 전달에 치중하자고 생각했다."

-재혁은 평범한 인물이다. 할리우드 영웅과 전혀 다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히어로들은 굉장히 '쿨내'나지 않나. 그런 영웅의 이미지를 '판도라'에 넣었으면 굉장히 안 어울렸을 거다. 오히려 인위적인 모습이 재혁에게 없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재혁은 영웅이 되려고 한 게 아니다. 나라와 세계를 지키는 거창한 인물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영웅'보다 가족애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부산행'과 같은 경상도 지역에서 촬영했고 시기도 비슷했다.

"그렇다. 가까우니까 '부산행' 촬영장에 놀러 가 배우들을 만나기도 했다. 같은 투자배급사 뉴(NEW)의 영화라 일부러 놀러간 건 아니다(웃음). 촬영장에 가보니 '아 여긴 우리 영화와 또 다른 재난이 있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좀비 분장이 더 힘들지, 피폭되는 게 더 힘들지 혼자 비교해보기도 했다(웃음)."

-'판도라'가 '부산행'보다 더 고생스러웠을 것 같나.

"절대 고생이 덜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부산행'도 좀비 연기가 만만했을 것 같지 않다. 우리 현장에는 체력 싸움이 중요했다. 구조팀은 계속 작업복을 입고 있지 않나. 옷도 혼자 못 벗어서 화장실도 단체로 가야 했다. 처음에는 공기도 잘 안 통해서 고생을 많이 했고, '폐쇄공포증이 이렇게 오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의상팀 말고도 다른 스태프들도 뛰어와서 옷을 벗겨주곤 했다. 산소통도 등에 메고 있지 않나. 감독은 사실주의를 추구했지만, 연기하는 우리는 힘들었다. 같이 연기하는 형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더라. 대단했다."

-분진가루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주의를 더하기 위해 분진가루도 따로 만들었다. 건강에 너무 해롭지 않은 선에서 CG를 섞어 촬영했다. 그렇게 해도 막상 온 몸에 분진가루를 뒤집어 쓰면 굉장히 불편했다. 몸에 들어가면 간질간질하기도 했다. 촬영장이 재난 현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여기서 빨리 죽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영화의 일부 소재인 지진이 실제로 발생했다.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지진 자체가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그런데 개봉 시기를 고민하고 있을 때 정말 지진이 발생하니 투자배급사 관계자들끼리 회의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지진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장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으면 안 되니까. 그런 오해를 받으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곡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도 신기해했다. 특별한 예지력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닌데 현실이 됐으니까. 사실 지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많은 재난이 있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컨트롤타워와 대비책의 부재가 안타깝다."

-재혁 어머니 역의 김영애 모성애 연기가 처절했다.

"정말 처절하게 연기했다. 사실 건강이 안 좋으셔서 간이침대를 현장에 갖고 다니기도 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 실제 '내 엄마'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선배님을 재미있게 해 드리려고 귀찮게 구니 '제발 저리 가'라고 하셨다. 영화를 보면 마스크를 쓰고 총총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엄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선배님이 촬영을 마치고 떠나니 정말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판도라'가 시국과 잘 어울리는 영화라는 평이 많다.

"그렇긴 한데… 공포감이나 경각심을 느끼라고 만든 영화는 아니니 관객도 즐기면서 봐줬으면 한다. 물론 영화를 보며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기반성을 해야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다. 나도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 같다. 현 시국도 마찬가지다.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재혁의 마지막 대사와 장면이 감성을 자극한다.

"표현을 하자면 신파인데 그걸 보면서 연기 몰입이 되는 것 같다. 나도 내 연기를 보면서 해소감이 들기도 하고 짠한 대사 때문에 눈물이 났다. 시사회에서 울지 않은 척하려고 고개를 막 젓고 애를 쓰니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최순실 청문회] 하태경 의원, 재벌 총수에 “세금, 차은택, 윗선?”

[최순실 청문회] 안민석 “이재용은 무능함이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다”

[최순실 청문회] 이재용 “K스포츠, 미르재단 기금은 전경련 회비 내듯”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