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도부와 55분 면담
“탄핵 가결돼도 헌재심판 대응”
4월 조기 퇴진론도 수용 안해
법ㆍ절차 따른 정권 이양 강조
정진석 “탄핵안, 자유투표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자진 사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해 요구한 ‘내년 4월 퇴진’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9일로 예정된 국회의 탄핵안 부결 가능성에 정치적 운명을 거는 동시에, 가결되더라도 차기 대선에 대비해 여당 지지층이 재결집할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55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정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전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탄핵이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여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당에서도 이런 입장을 생각해서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 가결 이후 헌재의 탄핵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탄핵심판 중의 조기 하야 가능성은 사라졌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초래된 국정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께, 의원들께 두루두루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탄핵안을 부결시켜달라는 읍소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 생각은 탄핵으로 하는 것보다는 사임 쪽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심정을 전달하는 것 같았다”고 탄핵안 부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했고, 이에 대해 야당이 거부했다. 이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화를 수용했는데, 이것도 무산됐다”고 그간의 과정을 소상히 소개했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도 저도 안 돼 담화 형식으로 국회에서 정해주는 대로 따를 것이고,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며 ‘내년 4월 퇴진’ 당론을 이미 속으로는 받아들인 상태였음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박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9일로 예정된 탄핵안 표결과 관련해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결론 냈다. 비박계와 친박계가 자유투표에 나설 경우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또다시 국민을 외면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정하면 따르겠다던 박 대통령의 말은 헛말이 되었다”며 “아직도 대통령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냐. 대통령 직에 있으면서 특검 수사를 대비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