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집중포화
李 “박근혜 독대 때 돈 기부 언급 없어”
“최씨 존재 안 때 언제인지 기억 안나”
승마지원 관련 “최근 보고 받아”
국민연금측 물산 합병 찬성 결론
“삼성과 사전 암약” 주장 제기
합병 반대 보고서 낸 한화증권 “삼성ㆍ한화 양쪽서 압력”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1차 청문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 이후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의 대가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삼성이 두 재단에 대한 기금출연과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에게 300억원을 지원한 대가로 지난해 7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시 의결권을 가진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한 질문이 집중됐다. 삼성으로 시작해, 삼성으로 끝난 ‘삼성 청문회’였다.
“靑에 대가 바라고 지원한 적 없다”
이 부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및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의 대가성을 묻는 특위 위원들의 질문 공세에 “단 한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지난해 7월 25일 등 두 차례 독대 사실을 인정하고, “당시 대통령이 문화융성과 스포츠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을 해주는 게 경제와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니까 지원해 달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독대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기부를 강요당한다는 생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기부나 재단 출연이라는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그 때에는 돈을 출연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비선실세인 최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렇게 오래된 거 같지 않다”고 답했다. 삼성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이 최씨 모녀에게 말을 사주고 돈을 보낸 사실을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러 분야에 지원을 하고 있어 스포츠 부문에 대해선 딱히 (내게) 보고를 하고 있지 않다”고 책임을 피해갔다.
그러나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특혜에 대한 질문에는 “들어보니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이뤄졌다”며 “뭐라고 변명해도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 조사가 끝나면 저를 포함해 조직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누가 지원했느냐는 질문에는 “최근에 보고 받았는데 어쩔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삼성, 국민연금 ‘합병 찬성’ 사전 인지 논란
지난해 7월 10일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간 합병을 의결하기 전 국민연금 측이 합병에 찬성할 것이란 결론을 삼성이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합병 당시 무효 소송을 제기했던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5번 정도 만났는데 계속 찬성해달라고 설득을 당했다”면서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기 전날에도 삼성물산 관계자(김신 사장)와 만났다”고 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내 찬성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더니 (김 사장이) ‘이미 국민연금은 다 됐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연금과 삼성 간에는 사전 암약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청와대와 정부로부터 합병 결정과 관련해 어떤 지시나 압력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승계를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국민연금에 청와대 등을 통한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에는 “그런 청탁한 적이 없고 (합병으로) 지배력이 강화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합병 반대’ 보고서를 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당시 삼성과 한화그룹 양쪽에서 모두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보고서가 나가기 며칠 전에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이 한화와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고 해서 부정적 보고서는 쓰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가 나간 뒤 더욱 노골적인 압박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금 사장으로부터 다시 ‘당신 때문에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에게서 불평 전화를 받았다’며 더는 보고서를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해서 그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도 두 번째 보고서가 나간 이후 구조조정본부에서 굉장히 격앙돼 있었고 ‘이렇게 되면 주 사장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전경련 탈퇴” 등 이재용 부회장 깜짝 발언
청문회에선 특위 위원들의 집중 타깃이 된 이 부회장의 ‘깜짝 선언’들이 주목 받았다. 우선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그러겠다”고 답했다. 특위 의원들의 거듭된 확인이 이어지자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계신다.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특위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그는 “제가 부족한 것이 많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제 역할은 저보다 우수한 분을 찾아 모시고 오는 것이고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다 넘기겠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이 광고 압력을 통해 언론에 나온 부정적인 기사를 삭제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더라도 광고 등으로 언론사에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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