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프로배구 V리그가 열린 6일 대전 충무체육관.
삼성화재 박철우(31)가 2년 여 만에 홈 경기장을 밟았다. 그는 2014년 11월 20일 이곳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를 끝으로 군에 입대했다. 공익요원으로 2년 간 복무를 마친 뒤 지난 달 27일 소집 해제돼 곧바로 팀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2일 대한항공과 원정 경기에서 2년 여 만에 현역 복귀전을 치렀고 이날 홈 코트에 섰다.
구단은 경기 직전 박철우가 입대 전 마지막으로 뛰었던 경기와 인터뷰 동영상을 경기장내 전광판에 틀었다. 짧은 머리에 다소 착잡한 얼굴로 “몸 건강히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박철우의 모습이 잡혔다.
이날 박철우의 부인 신혜인 씨와 딸 소율(4) 양도 경기장에 응원을 왔다. 소율 양은 경기 전 아빠가 몸을 푸는 장면을 하나하나 따라 하며 즐거워했다. 삼성화재의 3-0(25-23 25-22 26-24)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신씨와 소율 양은 두 팔을 번쩍 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딸의 응원에 아빠도 힘을 냈다.
박철우는 이날 16점에 58.33%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전(22점 55.88%)보다 득점은 낮았지만 공격성공률은 높았다. 아직 감각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서브에이스 두 개를 내리 꽂는 등 고비마다 득점을 올렸다. 3세트 23-23과 24-24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박철우는 잇달아 24, 25점째를 뽑아내며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임도헌(44) 삼성화재 감독도 경기 뒤 “솔직히 지난 경기와 비교해보면 박철우는 대한항공전이 더 나았다”면서도 “어려운 볼을 처리해주고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확실히 내줘서 팀이 힘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삼성화재 주포 타이스도 26점으로 변함없는 실력을 뽐냈다.
박철우는 “팀에서 크게 이질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2년 전 OK저축은행전(군 복무 전 마지막 경기)에 이어 바로 다음날 경기하는 기분이었다”며 “복귀전(대한항공) 때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 져서 아쉬웠다. 또 패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홈 팬들 앞에서 이겨서 기분 좋다. 동료들 덕분에 좀 더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딸의 존재는 그에게 피로회복제나 다름 없다.
박철우는 “오늘 소율이가 경기장에 온다는 말을 들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어릴 때라 아빠가 운동 선수인 지도 몰랐던 아이가 이제는 ‘아빠 배구 잘 해서 맛있는 거 사 줘’라고 한다. 늘 저에게 힘이 되는 존재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보태며 6승7패(승점 22)를 기록해 3위인 한국전력(9승4패ㆍ승점 24)의 턱밑까지 추격하며 4위로 올라섰다. 우리카드는 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앞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에서는 KGC인삼공사가 사령탑 없이 경기에 나선 GS칼텍스를 3-0으로 완파 했다. GS칼텍스 이선구(64) 전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최근 물러나 이날 차해원(55) 수석코치가 지휘했지만 완패를 막지 못했다.
대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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