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대가성을 극구 부인했다. 출연금의 성격을 다시 규명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최순실 특검’이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과 관련,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아닌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박 특검은 “기업 모금을 강제한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 봐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는 명분으로 통치행위를 내세울 텐데, 그걸 어떻게 깨느냐가 관건”이라는 말도 했다.
특히 삼성은 최씨 모녀가 소유한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개명)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직접 지원하고, 최씨 딸 정유라의 말 구입비 명목으로 319만유로(약 43억원)를 또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뇌물죄 적용의 일차 타깃이 되고 있다. 두 재단에 대한 출연금(204억원) 등에 더해 3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이 그룹 현안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한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박 특검이 파견 검사로 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 검사를 지목해 요청했다는 사실만 봐도 삼성에 대한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기업수사 전담팀과 별도로, 특수1부 검사를 편성해 관련 수사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단 한번도 무엇을 바라고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는 한편,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합병 얘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돈을 건넨 쪽의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 특검으로서는 앞으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돈을 준 사람이 인정을 하고 이를 근거로 돈을 받은 사람을 추궁하는 게 보통의 뇌물죄 수사의 방향인데, 첫 번째 관문에서 특검 수사에 걸림돌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돈을 준 기업들도 처벌을 받기 때문에 기업들이 특검 조사에서도 이날 발언을 바꿀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술이 없더라도 돈이 건너간 시점에 일어난 사건과 주고 받은 사람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객관적으로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뇌물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기도 하다.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면 삼성 측이 청탁을 했다는 진술이 없어도 뇌물의 대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출연금이나 지원금을 낸 시점에 각 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어떤 현안이 있었는지, 재단과 최씨는 물론 대통령이 이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등을 밝혀내는데 특검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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