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최근 불거진 ‘협의 없는 강간 장면’ 논란이 터무니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베루톨루치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세계적으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관한 언론 보도가 이어져서, 오해를 직접 해명하고자 나서게 됐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몇 년 전 (프랑스 파리)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누군가가 내게 그 유명한 ‘버터 장면’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며 “나와 말론 브란도가 마리아에게 버터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아마도 분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논란이 된 ‘버터 장면’에 대해 당시 마리아 슈나이더에게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부적절한 (버터의)사용에 대해 마리아가 즉흥적으로 반응하기를 원했는데 여기서 오해가 비롯됐다”며 “그리고 제가 많은 시간이 흐르고 알게 된 것처럼, 바로 그것이 마리아를 괴롭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베르톨루치 감독은 대본에 없던 새로운 사실은 오직 버터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뿐이었다고 항변했다. 여주인공 슈나이더 역시 대본을 미리 받아보았기 때문에 강간 장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분들은 마리아가 강간 장면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마리아도 해당 장면이 묘사되어있던 대본을 미리 읽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베르톨루치 감독은 2013년 한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뒤늦게 회자되며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48세였던 말론 브란도가 19세였던 슈나이더와 함께 한 영화 속 성애장면이 실제 강간이었다는 논란이 널리 퍼지며 거센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베르톨루치 감독은 “영화 속 성폭행 장면을 슈나이더에게 미리 밝히지 않고 브란도와 합의하여 촬영했다”며 “배우가 아닌 소녀로서 강간의 고통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이를 영화에 담기 위한 의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유감이지만 이 장면을 찍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슈나이더는 평생 나를 증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 암으로 별세한 슈나이더는 이 장면으로 인한 고통과 분노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모욕감을 느꼈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말론과 베르톨루치 두 사람에 의해 성폭행 당한 느낌이 조금 들었다”며 “그 장면을 찍은 뒤에 말론은 나를 위로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할리우드 배우들을 중심으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베르톨루치 감독과 브란도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일부는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마지막 황제’) 등 베르톨루치의 이전 수상 들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은 해당 장면이 19살의 어린 여성을 향한 계획된 성적 공격이었다고 주장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을 남겼다. 배우 제나 피셔는 “모든 영화 필름을 수거해 폐기처분해야 마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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