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한 재계 총수들 입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관련 진술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재단 출연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선을 그어 이번 청문회의 핵심인 대가성 입증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해 7월 25일과 지난 2월 17일 만난 사실을 인정했지만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독대와 관련 “박 대통령과 30~40분 만났으며 장소는 청와대 인근 자택과 같은 곳”이라며 “당시 출연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문화융성과 스포츠(체육)발전이 중요하니까 삼성이 많이 지원해 달라고 했다”며 “출연을 해 달라는 뜻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 부회장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걸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부회장은 독대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요청을 했느냐 질문에도 “독대가 있었을 때는 이미 주주총회와 합병이 다 된 뒤였다”고 일축했다.
재단 출연 관련해서 부인한 것은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역시 이 날 대통령과 독대에 관해 “청와대 안가에서 일대일 혹은 배석자가 있는 상태로 두 번 만났다”며 “정부가 문화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고,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독대와 관련해 “(대통령이)경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 물어보고 답변했다”며 “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는 실무진을 통해 연락이 왔고 그렇게(출연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4일 박 대통령과 독대를 가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독대 당시나 이후 K스포츠재단 하남시 설립 관련 75억원 지원을 요청 받았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독대 내용에 대해 “내용은 잘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월 15일 30분 간 박 대통령과 독대하며 문화산업 육성과 현대ㆍ기아차의 개발 현황 등에 대화를 나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대에서 실제 출연 관련 이야기가 나왔더라도 이를 인정하면 뇌물죄 성립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며 “일단은 청문회를 넘기기 위해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들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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