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주석으로는 처음
내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
트럼프, 트위터 통해 노골적 공세
“中 우리와 각종 상의 한 적 있나”
차이잉원과 통화 이후 냉기류
향후 세계 주도권 다툼 가열 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을 향해 노골적인 공세를 퍼붓는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키로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시 주석은 내년 1월 17~20일 스위스의 산악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례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4년 만에 이뤄지는 스위스 국빈방문을 겸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사상 첫 다보스포럼 참석은 트럼프 당선인의 소극주의 외교정책 및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감안해 세계 무대에 중국의 지도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현실화와 트럼프 당선인의 미 대선 승리, 유럽 내 극우보수주의 확산 등으로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 경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근래 들어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등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배타적인 입장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그간 세계 주요 정치ㆍ경제엘리트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올해 1월 포럼만 해도 국제무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리위안차오(李源潮) 정치국원과 팡싱하이(方星海)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이 참석했을 정도다. 물론 2007년부터 매년 톈진(天津)과 다롄(大連)을 오가며 하계 다보스포럼을 개최하고 있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지난 4월 제16회 행사를 치른 ‘보아오(博鰲)포럼’에 맞춰져 있다.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이 포럼은 아시아국가들과 협력기구들 간 경제협력ㆍ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ㆍ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발족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 외교협회(CFR) 아시아국장은 시 주석의 포럼 참석을 “현명하고 전략적인 조치”로 평가한 뒤 “포럼 측은 시 주석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시 주석은 국제적 어젠다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전문가인 케인 브라운 킹스칼리지 교수도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미국의 잠재적인 공백을 중국이 메우기 시작한다는 인상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트위터 정치’를 통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단교 이후 37년만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특히 중국이 양 정상간 통화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훼손이라며 강력 반발하자 개인적 의사표현 창구인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나 미국 제품에 대한 세금 부과, 남중국해 군사시설 설치 때 우리에게 괜찮겠냐고 미리 물어봤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실려 있는 공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관계 재조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산된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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