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부회장 퇴진 朴 개입 확인
평창올림픽 손 뗀 한진 조양호도
“임명권자의 뜻 생각하고 물러나”
80억 출연금 거절한 SK 최태원
“사업계획 부실·전달 방법 부적절”
롯데 신동빈 “면세점 청탁 없었다”
현대차 정몽구 “광고 간여 안 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한 것에 대해 한결 같이 대가성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모금 과정의 강제성을 강조했을 뿐 사면이나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일제히 부인했다.
최순실씨와 연관된 각종 의혹 등 민감한 질문에도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피해가기에 급급했다. 다만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에 각각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손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손 회장은 “처음에 (조 수석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이는 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조 회장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열심히 했는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사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최순실씨 등 K스포츠재단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그런 내용은 신문 기사를 보고 알았기 때문에 정확히 대답하기 힘들다”면서도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으로 생각하고 물러났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후 면세점 추가 승인 발표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가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 회장은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것과 관련해 “지원 결정은 (세상을 떠난)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해 해당 부서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지원 결정이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과 경영권 분쟁 수사 관련 로비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관계 없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S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의 기금 출연을 요청받고 거절한 이유에 대해 “사업 계획이 부실했고,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이 부적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펜싱 테니스 등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받았지만 지원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 때문에 결국 지원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경영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 요청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김 회장은 미르 재단에 출연금을 낸 과정에 대해 “직접 듣지 못했고, 실무자로부터 전해 듣고 (그대로 하라고) 승인했다”며 “회계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순실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광고에 대해 내가 직접적인 관련도 없고, 그런 건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것은 청와대의 요청이라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답변했다. 구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고, 허 회장도 “정부 요청이 있으면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허 회장은 청문회장에 들어서며 최순실 게이트에 기업이 얽힌 것과 관련해 취재진에게 “억울하다”고도 토로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