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8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가계총소비지출 비중 첫 4% 돌파
올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가계가 해외에서 지출한 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8조2,149억원(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346억원)보다 16.8%(1조5,574억원) 증가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올 2분기(6조6,575억원)보다 23.4%(1조5,574억원)나 급증한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등이 맞물리면서 해외여행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605만명)는 2분기(507만명)보다 19.4% 증가했다. 저가항공 노선이 많아지고, 추석연휴(9월14~18일)가 예년보다 길어지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증했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가계총소비지출에서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올해 3분기 가계가 최종적으로 소비한 191조8,024억원 중 해외소비 비중은 4.3%를 기록했다. 1990년대 해외소비 비중은 1%대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2~3% 수준으로 올라갔다. 올 들어서도 1분기 3.7%, 2분기 3.6%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국내 소비지출은 상승세가 둔화됐다. 3분기 우리나라 가계가 국내에서 소비한 금액은 187조4,8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1조1,390억원)보다 3.5% 늘었다. 2분기(182조9,331억원)에 비해서는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돈도 크게 줄었다. 3분기 외국인의 국내 소비 금액(3조9,000억원)은 2분기(4조5,581억원)와 비교해 14.4%(6,581억원)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경제연구실장은 “국내 소비위축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해외소비는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 중ㆍ저소득층의 경제전망이 더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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