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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스스로 목숨 끊기 위해 마약 복용 ‘투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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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스스로 목숨 끊기 위해 마약 복용 ‘투약’ 아니다”

입력
2016.12.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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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필로폰을 중국에서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4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삼킨 것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김진철)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25)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25일 중국 칭다오에서 필로폰 0.12g을 가방 안에, 필로폰 20g을 바지 주머니에 각각 숨긴 뒤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이날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세관 검사 도중 필로폰 성분이 검출돼 세관 직원으로부터 소지품을 꺼내보라는 요구를 받자 그대로 도주하면서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필로폰 20g을 입안에 넣고 삼켜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필로폰을 삼킨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발작을 일으켰으나 병원에서 위와 장 세척을 받고 회복했다. 당시 A씨의 소변에서 검출된 필로폰 농도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소변 농도 측정기계의 한도(3,000ng/㎖)를 넘어 측정할 수 없었던 수준이었다. 통상 소변에서 검출된 필로폰의 농도가 500ng/㎖ 이상이면 양성 판정을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삼킨 필로폰은 20g은 4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인 점 등을 종합하면 중국에서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입국했는데 필로폰 수입으로 다시 수감생활을 할 것이 예견되자 자살을 하려는 목적으로 필로폰을 다량 복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필로폰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필로폰 밀반입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필로폰 수입은 마약의 확산과 추가 범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이 수입한 필로폰의 양이 많은 점, 수입한 양을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필로폰을 수입한 행위를 자백하고 있는 점, 필로폰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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