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서는 최근의 국내 집회 현황을 소개하면서 ‘Mass protests are as Korean as Kimchi’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대규모 시위도 김치만큼이나 한국적’이라는 이 문장은 우리가 듣기에는 칭찬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실제 의미는 평화 시위에 대한 칭찬도 아니고 비하도 아니다. 곰곰이 새겨볼수록 다중적 해석을 가능케 하는 말이고 김치에 대한 외국인의 생각은 제각각이고 이를 수사학적 비유로 말한 것은 이번 ‘집회’ 또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2013년 아시아나 항공 214편이 San Francisco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내고 3명이 사망했을 때 현지 TV 화면에는 ‘Captain Sum Ting Wong’ ‘Wi Tu Lo’ ‘Ho Lee Fuk’ ‘Bang Ding Ow’ 등의 동양인 이름이 소개되었다. 기장이름을 Sum Ting Wong이라고 적은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Something wrong)는 영어 표현을 중국인 이름 표기처럼 한 것이다. ‘너무 낮게 착륙 을 시도했다’는 의미로 ‘Way too low’와 비슷한 발음의 ‘Wi Tu Lo’ 표기를 하고 He Lee Fuk은 영어 감탄사와 욕으로 쓰이는 ‘Holy Fuck’(빌어먹을)을 이름 처럼 표현한 것이다. ‘Bang Ding Ow’는 ‘쿵 쾅 아야’ 같은 표기를 통해 사고 상황을 조롱하고 비하한 것이다. 모두가 인종적 비아냥(ethnic slur)이고 조롱이었다.
2000년에 공화당 하원 의원이었던 John McCain 의원은 질문을 받고 ‘I hate the gooks. I will hate them as long as I live.’라고 말했다. 해군에서 22년이나 복무했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던 사람이 동양인 특히 한국인을 증오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평생 증오할 것이라고 다짐까지 한 것이다. Gook은 사실 필리핀-미국 전쟁 당시에 미군들이 필리핀 군인을 goo-goos라고 부르던 말이었다. 나중에 아시아 전역 특히 중국 한국 태국 등에서처럼 아시아 국가명에 국(國)이 들어가는 것을 두고 미국인들이 아시아인을 ‘gook peopl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한국 전쟁을 통해 이 말은 ‘gook=Korean people’의 등식이 되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나도는 농담 중에는 이런 대화도 있다. 미국인이 ‘I hate gook’(나는 한국인 싫소)이라고 말하니까 한국인은 그 말이 ‘국물’인 줄 알고 ‘Oh, do you? I love gook’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인을 chink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의 청(Ching)나라에서 온 말이고 그 나라에서 온 사람을 Chink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Chinki, chinky, chinkie 모두 같은 말이며 그만큼 낙후되어 있고 후진국이라는 의미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인이 중국인을 얕잡아 부르는 ‘짱개’가 Chink와 같은 말로 알려지기도 했다. 몇 년 전 NYC의 식당에서 계산원이 영수증에 써 놓았던 Chinx라는 표현 때문에 손님이었던 한국인이 소송을 한 사례도 있다.
한편 ‘She’s such a Jap’이라고 하면 Japanese가 아니라 Jewish American Princess의 약칭으로 조롱하는 말이고 일본인을 Nippon에서 따 온 nip이라고 부르는 것도 결코 존칭어는 아니다.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를 때 negro라고 하는데 이는 Latin어 Nigrum에서 온 순수한 낱말이 다양하게 파생된 것이다. 한국인 특히 미군 군대에서는 한국인의 삭발 두상이 각졌다고 하여 biscuit head라고 말한다. 두상이 크다고 하여 buckethead, jughead라고 부르며 얼굴이 넓적하다고 하여 삽처럼 생긴 얼굴(Shovel-Head, shovel-face)이라고도 한다. 인종 차별적 언어는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아듣고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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