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어지러운 시절에 왜 이 자리를 맡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사명감으로 받아들였고 제가 잘 하는 걸 할 겁니다.”
최근 국립현대무용단 새 예술감독으로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깜짝 발표되자 무용계가 술렁였다. 6월 안애순 전 예술감독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석 달 넘게 대행체제로 무용단이 꾸려지던 상황에서 나온 깜짝 발표였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립국악원무용단, 국립무용단과 달리 공모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임명해 최순실, 차은택 측근 내정설 등 온갖 루머가 퍼져있던 상황이었다.
안 신임 예술감독은 6일 서울 북촌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할 줄 아는 것만 하는 사람이라 그 외의 문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무용수 훈련과 창작에 중점을 두고 행정은 기본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 제안을 받아 문체부 면접 본 시점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 이후인 10월 말 경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본인이 차은택과 관련 있다는)기사를 읽었다”며 “(차은택을)만난 적 없다. 한예종 무용원에서 1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단점이라면 무용 밖에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예술감독은 미국 뉴욕 줄리어드 무용과를 졸업한 후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한예종 무용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2년부터 무용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을 운영하며 1993년 보니 버드 북아메리카 상(영국), 2005년 올해의 예술상 무용 부분 최우수상, 2009년 제17회 무용예술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안 예술감독은 “타 공공기관과 중복되는 사업은 빼고, 규정상 무용수를 상근직으로 둘 수 없지만 조만간 15명 내외 무용수를 선발해 큰 문제가 없는 이상 퇴임까지 함께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등 장르 구분 없이 숨어 있는 무용수를 많이 발굴할 계획이다. 19일부터 23일까지 이 오디션을 연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작 방향은 무용 교육을 배제하고, 창작무용 발표와 국제교류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샤요극장에서 선보인 자신의 작품 ‘혼합’을 내년 3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10월 ‘봄의제전’을 국악에 맞춰 개작한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안 예술감독은 “제 신작은 1년에 한 편 정도 발표할 계획”이라며 “다른 안무가의 작품은 신작보다는 기존 작품 중 우수작을 선별해 해외교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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