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변화 전도사로 불리는 엘 고어 전 부통령을 전격 만나는 등 예측 불가능한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고어 전 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동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자문활동을 하는 트럼프의 큰딸 이방카를 만나기도 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긴 시간동안 매우 생산적인 면담을 가졌다”며 “공동관심사를 도출하기 위한 진솔한 탐색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이날 오후 이방카가 고어 전 부통령과 만날 예정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이방카와 트럼프를 모두 만났다. 고어 전 부통령은 “매우 흥미로운 대화였으며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고어 전 부통령과의 만남은 대선 후 접촉한 민주당 첫 주요 인사란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특히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감축기구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민주당 고어 전 대통령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제작하는 등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 앞장서 왔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만남으로 트럼프의 환경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폐기를 공언했던 오바마케어를 일부 남겨두기를 검토하는 것처럼 파리협정에도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본인도 당선 이후인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를 방문했을 때 파리협정 탈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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