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는 만큼 朴퇴진에 압박" 온 국민 탄핵 열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는 만큼 朴퇴진에 압박" 온 국민 탄핵 열공

입력
2016.12.06 04:40
0 0

시민들 꿈쩍 않는 대통령에 분노

비박계 오락가락에 위기감

“정치권 횡포 우리가 막아야”

신문ㆍ방송 꼼꼼히 챙겨 보고

SNSㆍ커뮤니티서 공부 모임

정치ㆍ시사상식 서적도 불티

지난 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횃불을 든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횃불을 든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회사원 고선우(33)씨는 자칭 ‘탄핵 박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야와 탄핵을 구분조차 못했고 뉴스라곤 스포츠와 게임 관련 기사만 읽었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치 기사와 탄핵 관련 글을 적극적으로 찾아 읽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퇴진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그는 지난 3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 ‘조속한 탄핵’을 외쳤다. 고씨는 5일 “탄핵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새누리당 비박계를 왜 탄핵정국의 ‘키맨’이라고 부르는지 알게 됐다”며 “이들이 슬그머니 발을 빼 탄핵안 표결시기가 늦춰진 만큼 시민사회가 압박 방안을 마련해 정치권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9일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들도 ‘탄핵 열공’에 나섰다. 탄핵소추 절차에 시민들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적지만 탄탄한 법적 논리로 무장해 정치권과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탄핵 공부 열풍은 ‘아는 만큼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지난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후 하루도 빠짐 없이 촛불을 들었으나 한 달 넘도록 꿈쩍 않는 박 대통령을 보면서 효과적인 퇴진 절차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 의도대로 여야가 탄핵공조 분열로 자중지란에 빠지는 등 탄핵소추 주체인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한 몫 했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꼼꼼히 챙겨 본다는 자영업자 정해주(41)씨는 “하야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각종 특혜를 받는 반면, 탄핵이 되면 경호ㆍ경비를 제외한 모든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전 국민을 기만한 박 대통령은 작은 특혜조차 받을 자격이 없어 탄핵을 주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정치현안과 시사용어를 1~2분 이내로 간단하게 정리한 동영상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주말 촛불집회에 대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시민들이 시국에 관해 논의하는 게릴라 스터디모임도 인기를 끌고 있다. 메신저 오픈채팅방(제한 없이 주제별로 참여 가능한 대화공간)에 참여해 탄핵 국면에서 시민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도 늘었다. 탄핵 촉구 청소년 오픈채팅방에 참가하고 있는 정모(17)양은 “뜻을 같이 하는 또래 50여명이 시시각각 변하는 정국을 주제로 매일 토론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치권에 탄핵 요구안을 만들어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정치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서적 판매도 늘고 있다. 한 출판사는 국가와 개인에 대한 성찰을 담은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등을 묶은 ‘순siri 도서 컬렉션’을 선보였고, 헌법의 의미를 짚는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등)도 지난달 7년 만에 개정판이 출간되자마자 일주일 만에 5,000권이 소진돼 곧 2쇄를 찍을 예정이다. 직장인 정혜진(31ㆍ여)씨는 “탄핵 이슈가 모든 대화의 중심이 된 탓에 기본 지식이 없으면 참여가 어려워 취업 준비 때 공부했던 최신시사상식 책을 다시 구매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단순히 공부에 그치지 않고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탄핵안 표결을 압박하는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SNS에서도 전국 지역구 의원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빠르게 공유돼 탄핵청원 문자를 보내고 회신 여부를 서로 ‘인증’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제도권 정치를 점점 불신하게 되면서 박 대통령 퇴진 절차를 스스로 연구하고 압박을 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시민사회의 엄격한 감시에도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촛불민심은 반드시 국회로 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근핵닷컴에서 시민들이 의원에게 탄핵 촉구 청원을 보낼 경우 의원이 받게되는 메일 화면. 청원 내용과 더불어 탄핵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를 선택하는 버튼이 있다. 홈페이지 캡처
박근핵닷컴에서 시민들이 의원에게 탄핵 촉구 청원을 보낼 경우 의원이 받게되는 메일 화면. 청원 내용과 더불어 탄핵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를 선택하는 버튼이 있다. 홈페이지 캡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