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가격 경쟁력 발휘
항공기 늘리고 장거리 노선까지
대형사는 유럽ㆍ미주行 강화 맞불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총 100대에 달하는 항공기로 국내선 여객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해외로 가는 비행기 5대 중 1대를 차지할 만큼 점유율이 높아졌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 국내 6개 LCC들의 총 항공기 보유 대수는 100대를 넘어선다. 이 달 안에 도입될 항공기를 포함하면 업계 1위 제주항공이 26대, 진에어 22대, 이스타항공 17대, 티웨이항공 16대, 에어부산 18대, 에어서울 3대 등 총 102대다. 덩치가 커진 만큼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졌다. 2012년 43.8%였던 LCC의 국내선 여객 점유율은 2014년 50%를 넘어섰고, 올해(10월 누적 기준)는 56.7%까지 늘어났다. 국제선 여객 점유율도 2012년 7.5%에서 4년 만에 19%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적 대형 항공사의 점유율은 59.1%에서 45.4%로 하락했다.
LCC의 성장 비결은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저렴한 항공권 가격이 경쟁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LCC는 통상 6시간 내 단거리 위주 노선에서 기내식, 비즈니스 클래스 등의 서비스를 최소화하며 오로지 고객 ‘운송’에만 집중한다. 때문에 대형항공사보다 평균 30% 가량 티켓 값이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여행객의 부담을 줄인다. 지난 7월 에어서울의 출범으로 6개로 늘어난 국내 LCC들은 제주, 일본, 중국, 태국 등 국내외 162개 노선을 구축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LCC의 공세에 대형항공사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기존 독점 노선은 경쟁 체제로 바뀌었다. 대한항공이 독점 운항하던 괌 노선은 2010년부터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 항공 등이 잇따라 뛰어들었고, 아시아나항공의 단독 노선이었던 사이판도 2014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이 운항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393석 규모의 보잉 777기를 도입해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했으며, 이달 14일부터 호주 케언즈 노선 운항을 시작하는 등 대형항공사들의 전유물인 장거리 노선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속타는 대형항공사들은 항공 수요가 많은 유럽ㆍ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강화해 맞서고 있다. 대항항공은 내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야간 출발편을 신설하고, 같은 달 동북아시아 항공사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노선에 취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대형 기종인 A380을 투입하고, 인도 델리 노선을 주 7회(기존 5회)로 늘린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16일부터 앞 공간이 넓은 국제선 이코노미 앞좌석에 2만~10만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 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의 부흥으로 국내 여객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영향력이 커진 만큼 안전과 정시 운항 등 고객 만족도와 직결되는 서비스에 집중해 신뢰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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