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방암ㆍ성형 수술 동시에… 환자들 심리적 안정 되찾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방암ㆍ성형 수술 동시에… 환자들 심리적 안정 되찾아”

입력
2016.12.05 20:00
0 0

유방즉시재건술 10여년 前 도입

환자에 치료 과정 세세히 설명

수술 적정성 평가서 2년째 1등급

“좋은 병원만 찾다 수개월 대기

수술 후 관리 위해서라도

자신에 맞는 의료기관 선택해야”

유방즉시재건술로 유방암 치료의 전기를 마련한 손길수 고대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고대의료원 제공

매년 전공의 모집에 외과는 미달사태를 빚기 일쑤다. 하지만 의료 최전선에 서 있는 외과의사는 여전히 최고의 의사로 꼽힌다. 한국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공동으로 오늘도 수술실에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외과의사를 소개하는 ‘나는 외과의사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손길수(55) 고대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손 교수가 오랫동안 환자와 상담하기 때문이다. 환자 만족도는 높지만 손 교수와 일하는 직원들 입이 삐죽 나올 수밖에 없다. 제때 퇴근도 하지 못해서다.

“솔직히 우리 병원이 서울의 대형병원처럼 환자가 많지 않아 시간을 들여 진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을 상대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손 교수가 대기시간이 길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방암은 참 고약한 암이다.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발병하기에 수술법도 복잡하다. 그래서 손 교수는 환자상태는 물론 수술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치료과정을 환자에게 빠짐없이 설명한다. 환자에게 딱 맞는 ‘맞춤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환자만족을 위해 노력한 결과, 고대안산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유방암수술 적정성 평가에서 2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암ㆍ성형 동시 수술하는 유방즉시재건술 도입

손 교수는 유방암수술과 동시에 유방을 재건하는 ‘유방즉시재건술’을 1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도입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과거에는 유방암환자의 70~80%는 가슴을 도려냈다. 가슴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근육과 임파선까지 제거했다. 유방암수술 후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방즉시재건술로 여성에게 민감할 수 있는 유방 부위를 수술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고 성형해 미용효과는 물론 심리적 안정까지 꾀할 수 있게 했다.

유방즉시재건술은 유방내분비외과와 성형외과 협진이 생명이다. 유방암수술과 유방재건성형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방암수술 후 유방보형물 삽입수술을 할 수 있지만 손 교수는 유방즉시재건술이 가능하다면 이 수술을 권한다.

손 교수는 “보형물 삽입수술이 유방즉시재건술보다 쉽지만 유방암수술을 한 후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하고, 일반 가슴성형과 달리 암수술 후 보형물을 넣으면 미관상 좋지 않아 수술 후 여성 삶의 질이 떨어진다”며 “유방암ㆍ성형수술을 동시에 진행해 수술시간을 3시간 정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병원에서 유방즉시재건술이 활성화된 것은 고난도 수술경험이 풍부한 성형외과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수술 후 관리 가능한 병원 선택해야

손 교수는 유방암환자의 경우 병원 규모, 유명세보다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유방암에 걸리면 남편 등 가족들이 미안한 마음에 최고 병원을 찾지만 6개월 이상 대기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가 많다”며 “국내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들은 표준화된 치료를 하기에 교통, 경제 상황, 수술 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의료기관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유방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이지만 수술 후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내분비(항호르몬)요법, 표적치료 등 보조치료가 필요하다”며 “수술 후 관리를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맞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초경이 빨라지고, 결혼하지 않고, 결혼해도 출산을 꺼리는 등 여성 삶이 변화되면서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인구 10만 명 당 유방암 진료인원은 207명이었지만 2015년 280명으로 늘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40~60대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 이들은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180건 이상 유방암수술을 책임지고 있는 손 교수는 인기 없는 외과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기 없는 과이지만 그때는 돈 생각을 하지 않고 환자 살리는 일을 하면 보람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후배들에게는 자신 있게 권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환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치료는 없지만 손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다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외래진료나 수술을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냐는 물음에 “외래보고, 수술하고, 회진 돌고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내 하루의 전부”라며 “시간을 최대한 쪼개 진료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나가면 더 많이 이야기를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우문현답이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 손길수 교수는?

-고대안산병원 외과 과장 겸 유방내분비외과 분과장

-고대안산병원 암센터장

-한국유방암학회 상임이사

-미국 펜실베니아대병원 외과 교수 역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