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수사 경험 풍부ㆍ호흡 고려
“바로 기록 검토 업무 분장”
준비기간 20일 구애 없이
팀 짜서 동시다발적 수사
새로운 물증ㆍ진술 확보보다
법리 적용 완성도 높이기 주력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팀의 진용이 첫 윤곽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박영수(64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를 보좌할 특별검사보에 박충근(60ㆍ사법연수원 17기) 이용복(55ㆍ18기) 양재식(51ㆍ21기) 이규철(52ㆍ22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특검 수사팀장인 윤석열(56ㆍ23기) 대전고검 검사, 그와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이복현(44ㆍ32기) 춘천지검 검사 등 파견검사 10명도 확정됐다. 특수수사 검사들이 다수 포함된 진용으로 미루어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염두에 둔 대기업 수사가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해 속도전을 벌일 태세다.
속도전에 필요한 특검 수사팀 진용 마련
특검팀의 수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과 관련한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 여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 비리 혐의 조사 ▦세월호 참사 당일 사라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규명 등 크게 3~4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박 특검의 말에 비춰보더라도 검찰 조사를 통해 규명된 부분만이 아니라, 그 동안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 등을 총망라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번 특검 수사는 유례 없는 속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장 120일이라는 제한된 활동기간에 비해 봐야 할 의혹의 범위는 턱없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30일 활동기간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120일이 아닌 90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날 특검보와 파견 검사 인선에는 이 같은 특검팀의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풍부한 특수 수사 경험’과 ‘특검과의 호흡’ 측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수사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게 초기 검찰 수사기록 검토의 핵심인데, 선발대 역할을 할 이들의 과거 경험에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물죄 염두 기업 수사 첫 타깃 될 듯
박 특검은 이날 “내일부터 바로 기록 검토에 들어가 업무 분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어진 20일의 준비기간에 구애 받지 않고 특검보를 중심으로 수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각 팀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한 특검팀의 행보가 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이미 최씨 등의 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피의자로 입건하고, 대기업의 재단 출연 과정에 대한 수사를 상당부분 진행했다는 점에서, 특검팀의 초반 화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박 특검은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가 (특검) 수사의 관건”이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새로운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법리 적용을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게 효율적이기도 하다.
이르면 이번 주말, 다음주 초에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적용된 직권남용을 뇌물죄로 변경하려면 출연금을 낸 기업들이 민원해결이나 사업 특혜 등을 노리고 돈을 줬다는 점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청와대에 출연을 약속하면서 어떤 청탁을 했는지를 집중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뇌물죄냐 직권남용이냐의 판단은 법리 해석의 문제”라며 “기업들이 출연금을 낸 시점과 당시의 현안들을 기업별로 각각 조사해보면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검법에 참고인 강제 소환 조항이 빠져 있어 수사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업 총수들이 소환 조사에 불응하더라도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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