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input이 좋아야 output도 좋다는 얘기는 결코 컴퓨터 용어만의 얘기가 아니다. (1)I want to get some fresh air. (2)I might want to get some fresh air. (3)I could use some fresh air. 이들 세 문장은 뒤로 갈수록 원어민 영어에 가깝다. 모두가 문법적인 문장이지만 현지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3)인데 정작 한국인의 입에 가장 편한 말은 (1)이다. 중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여러분~ 이렇게 하세요”를 말할 때 “Please do~”, “Just do~”같은 문장은 들어볼 수가 없다. 대신 (2) 문장의 “You might want to do~”가 더 흔하다. 그 이유는 직설적 명령보다는 청유형 명령이 더 나은 말투이기 때문이다.
(3)에 쓰인 ‘I could use~’는 ‘~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새로운 가정법처럼 말하는 문장이다. If로 시작되는 가정법은 갈수록 쇠퇴하는 반면 ‘To live in Hawaii’(하와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처럼 부정사가 감탄문이나 가정법으로 쓰인다. ‘I could do~’는 ‘I wish I could do~’의 줄임형으로 최근 자주 쓰인다. 이런 표현 방식이 현지 영어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런 화법을 익히고 배워야 원어민의 그런 말투를 알아듣고 함께 소통이 쉬워질 것이다.
(2) 문장이 적용되는 사례는 또 있다. ‘I’d like to try this’ 문장은 ‘I want to try~’보다 훨씬 정중하고 듣기에도 부드럽다. 이는 어느 말이 문법적으로 맞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상대방에게 무얼 하라고 권할 때에도 ‘Why don’t you do that?’, ‘You’d better do this’ 같은 문장이 한국인이 자주 쓰는 말이다. 이는 원어민 영어에서는 사용 비중이 적다. 왜냐하면 이들 문장은 ‘내가 더 잘 아는데’라는 어감을 주기 때문이다. 보통은 좀 더 부드럽고 겸손한 말로서 ‘You might want to do that’을 선호한다. 속사포처럼 빨리 말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내용으로 품위 있게 의사 소통을 하느냐의 문제가 바로 semantic fluency다.
문법책에서 인용되는 대부분의 예문은 현지 영어가 아니다. 가령 A: How did the exam go? 라는 질문에 B: Well, it was too hard for me to solve all the problems.라고 응답한다면 이는 문장체 영어 고전 영어에 불과하다. 소위 ‘It~for~to do~’ 어구의 설명을 위해서는 이런 문장이 요긴할지 몰라도 실용 영어에서는 이보다 더 간결하고 쉬운 말이 얼마든지 있다. 원어민이라면 ‘Pretty tough.’(상당히 어려웠다) ‘It’s a cinch.’(식은 죽 먹기였다)처럼 간결한 문장을 말할 것이다. 게다가 for me는 질문한 사람이 있고 대답하는 사람이 분명한데 이를 다시 for me라고 반복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to solve the problems’ 부분도 시험에서는 당연히 문제를 풀게 되기 때문에 반복할 필요가 없는 말이다. 모름지기 ‘현지 영어 input’을 해야 입에서 나오는 영어 output English도 현지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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