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사 판단 요청한 것” 해명
취업 규정상 명찰 외 부착 불가
시민들 불매운동 댓글 빗발치자
“직접적으로 징계 언급한 적 없다” 수습 나서
2. 홈플러스는 배지 달기 묵인
노조가 프로젝트 시작해 큰 호응
이마트 노동자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배지를 달고 근무하다 징계를 받을 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해당 지점에 항의전화를 하고 불매운동을 언급하는 등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5일 이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마트 포항이동점 계산원 박모씨는 2일 작업복에 ‘하야하라’는 글귀가 적힌 배지를 달았다가 김모 파트장으로부터 이를 떼라는 지시를 받았다. 취업규정상 작업복 위에는 명찰 외에 어떤 것도 부착할 수 없다는 게 김 파트장의 논리였다.
박씨는 김 파트장에게 “본사에서 지침을 받으면 배지를 뗄 테니 취업규정 위반 여부를 본사에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 파트장은 박씨를 사무실로 따로 불러 “이 시간 이후에도 배지를 달고 일하면 절차대로 본사에 보고를 올리겠다. 이로 인한 불이익은 여사님(박씨)이 책임져야 한다”는 등 사실상 징계를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도 사랑의열매 배지를 달고 일하는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명찰 외에 어떠한 것도 부착할 수 없다는 취업규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이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본사에 문의를 해달라고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노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퇴진운동에 동참하고자 사업장에서 작은 실천을 했더니 이마트가 징계로 화답했다”며 “이마트 포항이동점에 항의전화를 해달라”고 호소하며 고객센터, 점장, 지원팀장의 사내번호를 공개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온라인으로 이마트 노조 페이스북 페이지를 공유하거나 직접 항의전화를 거는 등 행동에 나섰다. 5일 오후 기준 이 글은 540여회 공유되고 1,000여명의 공감을 받았다. 직접 포항이동점에 전화를 걸었다는 이모씨는 “점장과 지원팀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해당 직원이 징계를 받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 이마트 앞에서 촛불을 들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들 역시 “이마트 안 가기 운동” “불매운동이 답”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일부 네티즌은 “홈플러스는 하야 배지를 다같이 달았다는데… 징계 받으면 불매운동”이라고 적었다. 앞서 홈플러스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부터 ‘퇴진하라 박근혜’ 배지 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측은 해당 프로젝트를 구두로 전달받았고, 이를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이마트는 수습에 나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개인 의견은 존중하지만 계산원은 마트의 얼굴이기 때문에 (배지의 문구가) 자칫 회사의 정책으로 오해 받을 수 있어 근무할 때는 이를 떼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파트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규에 정치적인 표현을 못하게 돼 있고, 그에 대해 파트장이 자의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본사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뜻이었다”며 “직접적으로 징계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른 배지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사랑의열매 배지는 직원들이 매해 겨울 관행적으로 달고 있는 것”이라며 “이와 달리 하야 배지는 사내에 통용되지 않는 것으로, 앞으로도 근무 중에 이를 달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다만 “향후 노조가 공식적으로 하야 배지 착용을 요청해온다면, 회사 차원에서 검토해볼 여지는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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