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망치로 개 도살해도 기소 유예… 동물보호법 ‘있으나 마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망치로 개 도살해도 기소 유예… 동물보호법 ‘있으나 마나’

입력
2016.12.05 15:58
0 0
지난 8월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망치에 도살된 개가 방치되어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지난 8월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망치에 도살된 개가 방치되어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지난 8월 울산의 상개동 가축시장에서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망치로 개를 때려 도살한 관계자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개와 길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울산 남구청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방검찰청은 사건 당시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망치로 내려치고, 개의 숨이 끊어지기 전에 피를 뺀 개시장의 업주에게 무혐의, 도살업자에게는 기소유예 처분을 각각 내렸다. 도살업자의 경우 범죄사실은 인정되나 초범인데다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청과 함께 사건을 적발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부산지부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보호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행위임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와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를 동물학대행위로 규정하고,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존 개농장 도살 사례에 비춰봐도 가벼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전남 목포의 한 주택가 옥상에서 주변에 살아 있는 개들이 있는 가운데 칼 뒷등으로 때려서 개를 도살하고 불태운 학대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지난달 말에는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의 목을 매달아 도살한 경기 김포 개농장 주인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팀장은 “검찰의 판단은 동물학대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과도 동떨어졌다”며 “업주의 경우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지면 특수교사 혐의 등도 적용할 수 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동물 전문 변호사들도 이번 사건의 처벌 정도가 지나치게 미미하다고 말한다. 동물보호법 전문가인 정이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기소유예는 피해자가 회복을 하고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해 처벌이 필요 없을 때 내려진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동물이라 합의의 여지도 없고 고발인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기소유예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국화 변호사(동물보호단체 카라 법제이사)도 “동물보호법 위반이 명백함에도 무혐의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검찰이 수사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들이 1일 울산 남구청 정문에서 상개동 가축시장의 도살사건 항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들이 1일 울산 남구청 정문에서 상개동 가축시장의 도살사건 항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항고를 하지 않은 남구청의 안일한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검찰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고발한 남구청에 항고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항고를 하기로 한 남구청이 항고가 가능한 마지막 날짜인 26일보다 3일이 지난 29일에야 동물단체들에게 항고를 포기했다는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심 팀장은 “구청은 애초 항고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항고날짜가 지난 다음에야 항고를 포기했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며 “남구청은 검찰의 결정문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도 “설령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구청이 항고장까지 작성한 상황에서 굳이 항고를 포기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법무팀에 문의한 결과 항고할 필요가 없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