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출판계 키워드는 ‘혼자(Single)’ ‘북돋다(Encourage)’ ‘자유ㆍ민주주의(Liberal)’ ‘페미니즘'(Feminism)’가 강세를 보였다고 온라인서점 예스24가 5일 정리했다. 혼자 요리하고 취미로 즐기기 위한 책, 힐링이나 카운슬링, 심리치료 관련 도서, 사회·정치 분야의 책, 페미니즘을 다룬 책 등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의미다.
예스24가 이날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및 도서판매 동향 분석에 따르면 올해 개인 요리책이 전년 대비 72.7%나 많이 팔렸다. 라이트 노벨이나 그래픽 노벨 등 개인의 취미로 읽는 책들의 판매량이 각각 지난해보다 16.6%, 32.6%나 증가했다. ‘혼밥족’ ‘혼술족’ 등 혼자 사는 삶이 부각되면서 출판시장에서도 이런 1인 가구를 겨냥한 책들이 많이 늘어났다. 혼란스럽고 막막한 올 한해 책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에세이 분야에서 명상/치유 에세이류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79.4%나 급증했고, 카운슬링/심리치료는 33.9%,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27.8% 늘었다. 이 분야에서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 ‘그럴 때 있으시죠?’ 등을 20, 30대 여성 독자들이 많이 사갔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을 맞아 정치비평서 판매가 전년 대비 5.5% 늘었다. 지난해에는 정치비평서가 전년 대비 58.0%나 급감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10월과 11월에는 정치 비평서의 판매가 사회ㆍ정치 분야에서 각각 20.0%, 26.1%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비평서를 산 독자 가운데 차지하는 20대 여성의 비중이 전년 대비 2배, 한국사는 3배로 늘어난 점은 눈길을 끈다.
올 한해 강남역 여성 피살사건으로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으로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쏟아졌고 그만큼 판매량도 급증했다. 페미니즘 도서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로 2014년 2.5%, 지난해 7.3% 연이어 감소했으나 올해는 132.6%나 급증했다.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이 분야에서는 ‘여성 혐오를 혐오하다’ ‘나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의 도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가 많이 팔렸다.
성ㆍ연령별 판매권수 점유율을 보면 20대 여성의 비중이 지난해 12.9%에서 올해 21.7%로 8.8%포인트나 늘었다. 예스24 관계자는 “20대 여성이 기존 시·문학책뿐만 아니라 정치ㆍ사회 분야와 페미니즘 관련 책을 많이 사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장 책을 많이 사는 연령대는 40대(3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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