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발을 내딛기도 전에 잇단 돌발 악재로 삐걱거리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 2일 새벽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내야수 강정호(29ㆍ피츠버그)의 일탈 행동으로 1차 충격을 받았다. 이어 에이스 김광현(28ㆍSK)의 왼 팔꿈치 인대가 크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져 수술 가능성이 높다는 2차 충격까지 감내해야 했다.
5일 오전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공제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는 김광현은 4일 “팀도 걱정이지만 당장 WBC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정호와 김광현의 이탈은 앞서 전해진 내야수 정근우(34ㆍ한화), 투수 이용찬(27ㆍ두산)의 수술 소식보다 타격이 크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로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확실히 책임질 수 있다. 빅리그에서 2년간 36홈런을 쏘아 올릴 만큼 펀치력도 갖췄다. 대표팀 단골 손님으로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광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마운드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이외에도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투수 양현종(28ㆍKIA)과 차우찬(29ㆍ삼성)도 소속팀 적응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지난달 10일 WBC 28인 최종 엔트리를 일찌감치 발표한 상태에서 선수 구성에 대폭 변화를 줘야 하는 김인식(69) 대표팀 감독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일은 내년 2월6일까지다. 그 전까지는 50인 예비 명단 안에서 변경이 가능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는 조만간 대표팀 기술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의 출전 여부와 김광현의 몸 상태에 관한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인식 감독은 “최종 엔트리 구성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게 바꾸는 것보다는 계속 체크를 하다가 마지막에 (명단)확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내년 3월 열릴 대회에 최정예 전력을 꾸리겠다는 구상은 어긋났지만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처럼 깜짝 스타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세대교체를 알릴 계기도 될 수 있다.
2006년 1회 대회 때는 외야수 이진영(36ㆍkt)이 잇단 호수비로 ‘국민 우익수’라는 호칭을 얻었고, 2009년 2회 대회 때는 불펜 요원 정현욱(38ㆍ은퇴)이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4로 호투하며 ‘국민 노예’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이대은(27ㆍ전 지바 롯데)이 예상 밖 역투로 주목을 받았고, 오재원(31ㆍ두산)은 일본과 준결승에서 경기 막판 결정적인 안타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내년에도 한국 야구는 또 다른 ‘국민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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