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에서 열릴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엔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현대차) 최태원(SK) 구본무(LG) 신동빈(롯데) 김승연(한화) 조양호(한진) 손경식(CJ)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 등은 이날 증인석에 단체로 앉는다.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불려 나왔고 1997년 ‘한보 청문회’ 때는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주요 은행장들이 증언대에 선 바 있다. 그러나 재계 서열 10위 안팎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생방송 중계 예정인 청문회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국민들의 퇴진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촛불 민심’의 분노는 재벌 기업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선 청문회가 진실을 규명하는 본질적인 기능 외에 외에 여론을 의식한 ‘호통치기ㆍ망신주기’ 식의 정치적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될 기업은 삼성이다. 야당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권력 차원의 지원이 논의됐는지 집중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서 삼성이 미르 재단과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움직여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넣었다면 대가성을 입증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측은 “삼성물산 합병은 지난해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승인됐고, 독대는 8일 뒤인 7월25일 이뤄졌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게 결정됐고 국민연금이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되는 합병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순 없고, 매일 변하는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손익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과 신 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정부의 면세점 추가 승인 발표가 있었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는 결국 지원이 무산되긴 했지만 최순실씨 측으로부터 80억원을 요구 받자 30억원을 내겠다고 역제안했다. 롯데도 전경련을 통한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외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돌려받았다. 그러나 SK는 면세점 때문에 로비를 했다면 지난해 워커힐 면세점이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10월 미르 재단에 68억원을 출연한 다음달 면세점 탈락 소식을 들어야 했다. 롯데도 이미 3월초부터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이 공론화된 만큼 독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에겐 대통령 독대 자리에서 수감중이던 이재현 CJ 회장의 사면 청탁을 했는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 압박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도 차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일감을 몰아주고,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는 KD코퍼레이션에 납품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집요한 질의가 예상된다.
김 회장은 사면 로비 의혹에,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강제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회장에겐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 허 회장에겐 전경련 회장으로서 모금을 주도한 경위를 묻는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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