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6일)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기업들은 대관 담당 부서들을 중심으로 주말도 잊은 채 청문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청문회의 특성 상 총수들의 말 실수 하나도 기업 이미지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은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특히 집중 포화가 예상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옆자리를 피하려는 물밑 로비와 힘 겨루기도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을 비롯 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주말에도 모두 정상 출근, 청문회에 대비했다. 삼성은 따로 대책반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법무, 대관, 홍보 등 주요 부서에서 국정조사에서 나올 만한 질문과 적절한 답변, 참고 자료 등을 만들었다. 삼성 관계자는 “질문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답변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눌변으로 알려진 정몽구 회장이 국조특위 위원들의 공격적 질문에 당황해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청문회 현장엔 질문 예상 분야의 임원들이 대거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특히 78세로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최고령 기록까지 갈아치운 정 회장의 건강을 감안, 국회에 의료진과 구급차까지 대기시키기로 했다.
면세점 특혜 입찰 의혹에 휩싸인 롯데 역시 국감 준비로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이미 지난해 9월 국감에 출석한 바 있는 신동빈 회장은 예상 문답 등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롯데 관계자는 “작년 국정감사 경험이 있는 만큼 별도의 상황 리허설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특혜 사면 의혹을 받고 있는 CJ도 손경식 회장이 사내 법무ㆍ전략지원ㆍ홍보팀 등 관련 부서와 함께 청문회를 준비했다. CJ 관계자는 “손 회장이 77세로 고령인데다 지난 7월 폐암 치료도 받아 장시간 이어질 국감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한진은 그나마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조 회장은 최순실씨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 회장은 지난 9월에도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 국정 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적도 있다.
한화 등 각 사 임원들은 또 국회를 미리 방문해 총수 동선 확보와 소요 시간 등을 점검했다.
일부 기업은 의원들의 돌출 질문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서민들과 동떨어진 재벌의 생활상을 들추기 위해 ‘버스ㆍ지하철 요금, 커피값이 얼마인줄 아느냐’는 식의 질문이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총수 증인석 배치 신경전도 벌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TV 생방송 카메라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많이 잡힐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옆자리에 앉을 경우 카메라 노출 빈도가 더 많아질 수 있어 총수들이 모두 꺼리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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