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하거나 비판적 목소리를 낸 영화, 예술작품 등에 일일이 대응하고 당국의 수사까지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가운데 ‘청와대의 언론 통제ㆍ문화 검열 주요 내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8월 별세한 김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작성한 이 비망록에는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담겨있다.
먼저 2014년 8월 3일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쓴 칼럼에 대한 대응이 수 차례 담겨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당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보도해 검찰에 기소 당했다.
칼럼 게재 4일 만인 7일 메모에선 ‘장(長) ex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보고, 추적해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 구성토록’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후에도 ‘산케이 특파원 교체’(8월 9일) ‘언론자유 이름으로 국가원수 모독은 용납될 수 없다’(8월 10일) ‘산케이 처리 후 후속대비 위안부 문제 고지 선점’(10월 6일) 등 검찰 기소가 이뤄지기 전까지 가토 전 국장에 대한 대응이 소상하게 드러난다.
2014년 11월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선 ‘적에 대해선 적개심을 가져야 세계일보 세무조사 중(?)’(11월 26일)이란 기록이 눈에 띈다. ‘세계일보 공격 방안 수사상황으로 전환/국정조사 부당’(11월 28일) 등의 발언은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방침을 세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호 전 MBC 기자가 만든 세월호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에 대해서도 상영금지를 위한 청와대의 끈질긴 대응이 나온다.
2014년 9월 5일엔 ‘다이빙벨-교문위 국감장에서 성토 당부(신성범 간사)’란 기록이 나오고 10월 22일엔 ‘다이빙벨 상영-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실체 폭로’ 등의 대응 방안이 적혀있다.
대통령을 풍자한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시도 구체적이었다.
2014년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에 대해선 ‘우병우팀, 허수아비 그림(광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8월 7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걸지 않기로-광주시장’(8월 8일)등의 기록이 나온다. 실제로 홍 작가의 그림은 그 해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취소되고 홍 작가 역시 보수단체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한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민생 언급은 없고 온통 대통령만을 위한 내용으로 가득 찬 청와대 회의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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