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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부문 배짱 좋고 품 들인 기획물에 만듦새 뛰어난 헌정판도

입력
2016.1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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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지음ㆍ나무연필 발행

올해 큰 이슈 중 하나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은 포스트잇에 자기 생각을 적어 놓았다. 순발력 있게 사회 이슈들을 갈무리해 엮은 책으로, 사회적인 사건에 대한 아카이빙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아카이빙으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하기 위해 각 포스트잇마다 넘버링을 했고, 이를 분석한 글을 함께 수록했다.

1995년 서울, 삼풍

메모리 인 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세월호 참사 기록물은 출판계에서 ‘기록’과 ‘당사자성’이란 화두를 던졌다. 사고는 결코 그 당사자만의 불행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달리 삼풍백화점 참사의 당사자들 이야기는 한데 모인 적이 없다. 59명의 경험담을 엮은 책은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이문 인문학 전집

박이문 지음ㆍ미다스북스 발행

박이문은 학연으로 뭉친 한국 학계에서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고 진리를 탐구했다. 그는 문학, 철학, 언어철학, 동양사상과 서양사상과의 비교 검토 등 방대한 사색의 영역을 구축했다. 전집은 박이문의 텍스트를 완벽히 복원했고 주요 저서의 서문까지 모두 실어 저자의 숨결과 시대 배경까지 드러냈다.

한국현대생활문화사

김성보 등 지음ㆍ창비 발행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권의 책으로 펴낸 시리즈는 정치적 격변과 세계사적 혼란 속에서 삶을 이어 온 우리들의 부모님,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ㆍ음악ㆍ스포츠ㆍ음식 문화 등 생활문화 분야부터 농업ㆍ전쟁ㆍ경제ㆍ북한ㆍ민중운동 등 역사학계 주류 분야까지 다양한 각 분야의 필진이 참여해 한국현대사를 풍성하게 재구성했다.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양정무 지음ㆍ사회평론 발행

4만년 전의 동굴 벽화,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ㆍ로마의 조각, 피카소의 그림은 모두 인류 문명의 정수와 지식을 비추는 거울이다. 때문에 서구 사회는 미술사를 인문학의 꽃으로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사전 지식 없이 보면 미술품은 옛 것에 불과하다. 책은 수백 장에 달하는 풍부한 사진과 강의 형식의 원고로 미술사를 다뤘다.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기념판

올리버 색스 지음ㆍ강창래 이민아 장호연 옮김ㆍ알마 발행

올리버 색스 1주기를 맞아 출간된 특펼판이다. 각 300부 한정으로 제작됐으며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으로 표지를 꾸몄다. ‘작가들의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를 기리기 위해 박연준 유진목, 황인찬 시인이 헌시를 써 의미를 더했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김호동 등 지음ㆍ사계절 발행

올해 발행된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서구 중심의 세계사에 외면당하고 중국사의 그늘에 가려진 중아유라시아 초원과 오아시스의 역사를 세계사의 주역으로 되살렸다. 사료 분석과 총 113컷의 음영기복지도를 수록했다. 본 시리즈는 실제 지형에 가깝게 만든 입체지도와 간결한 연대기적 서술을 한 면에 배치해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 점이 돋보인다.

열린책들 30주년 대표작가 12인 세트

움베르토 에코 등 지음ㆍ이윤기 등 옮김ㆍ열린책들 발행

원전 완역과 전작 출간의 원칙으로 1,800여 종의 책을 발행해 온 출판사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대표 작가 열두 명의 작품을 모아 세트로 발행했다. 움베르토 에코부터 세라 워터스까지 대중성과 지식, 현대성을 고루 포함한 작품들을 엄선했다. 독자를 위한 선물이라는 뜻으로 각 책의 띠지를 선물의 포장지로 디자인한 것이 돋보인다.

아이작 뉴턴 세트

리처드 웨스트폴 지음ㆍ김한영 김희봉 옮김ㆍ알마 발행

리처드 웨스트폴은 20년의 세월 동안 뉴턴의 수리물리학을 소화하고 17, 18세기 영어 문헌을 총망라해 뉴턴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가장 뛰어난 뉴턴 학자로 손꼽히는 저자의 원서를 한국어로 고스란히 옮기기 위해 출판사는 3년 동안 세심한 준비를 했다.

BOOK TOOLS

김진섭 지음ㆍ안그라픽스 발행

7년 전 충무로 골목, 폐업 직전의 책 제작소에서 도구를 접한 뒤 전국을 누비며 갖가지 도구를 모았다. 책은 가위, 동판, 활자 고정기, 기름통, 압인기 등 300개 가까이 되는 도구들을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잘 알려진 장인이 만든 것도 아니고 디자인이 유려하지도 않은 도구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한다.

심사평

편집은 기획 방향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책과 책 그 자체를 어떻게 잘 만들었느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책으로 나뉘었다. 우리 사회 재난에 대한 얘기를 담은 ‘1995년 서울, 삼풍’은 “이게 바로 한국 출판이 해야 하는 일” “배짱 좋게 과감하게 밀어부친 책”이란 호평을 들었다. 거센 페미니즘 논쟁의 한가운데로 진입한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책 자체의 완성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품을 오래 들인 장기기획물도 있다. ‘한국현대생활문화사’는 “가져다 놓으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참고도서”라는,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는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가 편집자에게 쉽게 강의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편집자가 들인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알마출판사의 ‘아이작 뉴턴’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은 만듦새가 높이 평가 받았다. 특히 ‘아이작 뉴턴’은 “잘 팔리지 않을 책인데 편집쪽에서 화제가 되면서 편집자들이 사보는 책이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전 10권짜리 ‘박이문 인문학 전집’은 출판사가 박이문이라는 철학자 그 자체에 헌정하는 작업이어서 “이색적이면서도 대단한 결단”이라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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