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주제별, 고교는 통사방식
이해 수준 감안하면 바꿔야 타당
2단 구성ㆍ빡빡한 글씨도 불친절
역사 국정교과서가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오히려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현장 교사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과 내용과 구성이 학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단순 암기만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중학교 ‘역사1’ ‘역사2’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주제별로 다루고 있다. 반면 고교 ‘한국사’는 선사~현대사의 시대별 줄거리를 서술한 통사(通史) 방식이다. 교사들은 서술 구성이 뒤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남한호 경북 의흥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역사 이해 수준을 감안한다면 중학교 교과서는 통사 중심, 고등학교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적됐던 사항이기도 하다. 남 교사는 “무리하게 중학 교과서 내용을 주제 중심으로 선정하고 조직하다 보니 연계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삼국의 성립과 발전에서 각국의 내용이 주제별로 떨어져 서술돼 있어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 수준을 맞추지 못한 것은 각 단원이 끝날 때 제시하는 ‘학생 활동’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고교 ‘한국사’에서 각 단원 마지막마다 나오는 ‘단원 마무리’에는 빈칸 채워 넣기 등 단순한 사실만 확인하는 활동이 많다. 이는 고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중학교 교과서에 필요한 구성이다.
‘학생 활동’ 자체가 매우 부실하다는 분석도 많다. 주로 단원 끝 부분에서 교과서가 제시하는 이 활동들은 자료를 분석하거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중학교 교과서의 각 주제 마지막마다 나오는 ‘주제 마무리’ 등은 단순히 본문 내용을 요약하거나 암기 위주 활동만 다루고 있다. 또 그 주제의 핵심이 아닌 활동도 많다.
남 교사는 “중학교 교과서 ‘2-5. 백제는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재도약 하였을까’의 주제 마무리는 ‘백제와 신라의 동맹이 깨지게 된 계기를 설명해 보자’인데, 주제의 성격에 맞는 것은 무령왕이나 성왕 대의 체제 정비, 대외 교류 등”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도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탐구활동도 거의 없고 교과서로서의 구성요소가 너무 부실해 마치 1960년대 교과서 같다”며 “학생들이 역사를 싫어하게 만드는 교과서”라고 꼬집었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왕호 서울 대일고등학교 교사는 “2단 편집으로 구성돼 있어 학생들이 편하게 읽기 힘들다”며 “또 본문과 자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야 잘 읽히고 이해하기도 쉬운데, 국정교과서는 어떤 페이지는 글씨만 빽빽하고, 어떤 페이지에는 사진이 몰려있는 등 학생의 눈높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일 자정 기준 국정교과서 열람 사이트에는 총 5만6,553명이 방문, 교과서를 12만5,107회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제출은 763건 접수됐는데, 국정화 반대 의견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이는 ‘기타의견’이 4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내용(269건) 오탈자(24건) 비문(12건) 이미지(8건)에 대한 의견이 뒤를 이었다.
이날 서울ㆍ경기ㆍ인천ㆍ강원 교육감은 공동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 즉각 철회와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일선학교의 선택을 존중해 줄 것 등을 촉구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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