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혼선 상황 영향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혼란의 여파가 경제·외교 등 다른 분야로까지 번지면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도 삐걱거리고 있다.
2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내용을 누가 결정하는지 알 수 없어 협상을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통화스와프 논의가 중단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시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에서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 8월 양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측 제안으로 협상이 시작됐다.
아소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최순실 사태 수습을 위해 총리를 비롯한 일부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면서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으나, 정국 혼란으로 임 내정자의 임명이 불투명해져 유일호 현 부총리가 다시 경제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협상이 중단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연히 일본과의 협상 파트너는 유 부총리”라며 “협상은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상대방이 있는 만큼 통상 체결 전까지 서로 언급을 삼가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상대국에 대한 의도적 폄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외환당국 고위 인사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는 하지만, 내년에 급격한 자금 이탈이 발생하는 경우 외화 안전판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국 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 달러 규모로 도입된 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700억달러로 확대됐지만, 2012년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점점 축소되다 작년 2윌 중단됐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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