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뜻풀이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있다. 현금 카드로 통하는 debit card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check card와 어떻게 다른지 실제 용도에 차이가 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울러 credit card와 비슷한 charge card도 있는데 이들 표현은 나라별로 해석도 다르고 용도가 다르다.
Debit card는 직역하면 차변 카드, 지불 카드다. 장부 기재란의 차변을 debit이라고 적는데 여기서 파생된 것이 debit card다. Direct debit는 직접 빠져나간다는 뜻에서 자동 이체, 직접 이체의 뜻으로 쓰인다. 일상적인 이체(wiring)와는 또 다르다. Debit card는 분명 직불카드로 통하는데 반해 한국에서 사용하는 check card는 좀 특이하다. 한국에 없는 미국만의 checking account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미국 가정에서는 개인별 계좌 personal checking account를 개설한다. 현금을 지참하지 않고 잔고 범위 내에서 개인 수표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과금도 개인 수표를 써서 우송하는 고전 방식이 많다. 이때 check book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려던 것이 check card인데 그대로 번역하면 수표 카드인 셈이다. 즉, 미국에서 debit card가 일반화되기 전에 개인 수표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해 준 것이 check card이고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도 쓰던 방식이다. 나중에 Visa사에서 개인 수표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이를 받아들여 쓰기 시작했다.
용도를 보면 debit card와 다를 바 없지만 발전 과정을 보면 check card는 구식인 셈이다. Debit card의 장점은 자기 계좌에서 즉시 빠져나가기 때문에 외상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금 소지의 위험성을 줄이고 카운터에서 결제할 때 대부분 비밀번호(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PIN)를 요청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개인에게 check card가 제공되었었다면 관공서나 기업에게는 구매 카드(purchasing cards)가 있었고 여기서 좀더 발전한 것이 charge card다. 신용카드와 debit card의 중간 성격이 charge card인데 회원에게 일정한 신용을 제공하고 사용한 금액을 기간 내에 완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신용카드는 이 달에 갚지 못하면 다음 달에 이자를 더해 갚을 수 있는 일종의 revolving card이다. 반면 charge card는 지불카드라는 의미 그대로다. 일정 기간 금액을 사용하도록 하되 due date에 완납하도록 한다. Western Union(1914)이 처음 도입하였고 Diners Club(1950)과 American Express(1957)가 뒤를 따랐는데 지금은 American Express Card가 대표적인 charge card로 통한다. 유럽에서는 EuroCheque라는 브랜드로 쓰이다가 요즘엔 MasterCard사의 Maestro 브랜드가 이를 대체했다. 한국인은 해외 여행시에 check card 명칭보다는 debit card를 사용해야 혼선이 적을 것이다.
혼동이 되는 어휘 중에는 Lay away 제도도 있다. 따로 떼어 놓다는 뜻인데 실제 의미는 예약 할부제다. 고객이 여유가 없을 때 소액을 내고 예약해 놓은 뒤 완불 후 수령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등의 일반 할부제(installment plan)가 초기 소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면서 갚아 나가는 반면 lay away plan에서는 분납으로 완납해야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 유리한 점도 있지만 잡다한 수수료(fee)가 따르는 이 제도는 갈수록 이용률이 줄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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