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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해빙기, ‘웃찾사’에도 봄날 올까요

입력
2016.12.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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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0개월 만에 돌아온 ‘LTE뉴스’. SBS 제공
1년 10개월 만에 돌아온 ‘LTE뉴스’. SBS 제공
‘썰전’을 패러디한 ‘살점’. SBS 제공
‘썰전’을 패러디한 ‘살점’. SBS 제공

반나절만 뉴스를 끊어도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놓쳐버리기 십상인 요즈음입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이슈가 업데이트되는 속도가 가히 LTE급이죠. 전국민이 ‘뉴스 덕후’가 돼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열심히 뉴스를 챙겨보는 이들을 꼽는다면 아마 개그맨들 아닐까 싶습니다. 풍자의 소재가 우수수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정치 풍자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KBS2 ‘개그콘서트’에선 ‘민상토론’이 무대에 다시 올려졌고, SBS ‘웃찾사’는 최근 ‘LTE뉴스’와 ‘내 친구는 대통령’을 부활시켜서 10월부터 새로 시작한 ‘살점’까지 더해 풍자 코너만 3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풍자 코미디를 하는 개그맨들과 제작진은 한시도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웃찾사’를 연출하는 안철호 PD는 “리허설을 할 때도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워낙 이슈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풍자의 팩트는 한층 엄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객과 시청자 반응은 뜨겁습니다. ‘웃찾사’의 ‘살점’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처음으로 현장 투표 1위를 했습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풍자 코미디는 다른 코너들에 비해 주제가 무겁다 보니 현장 반응보다는 시청자 반응이 훨씬 더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 핸디캡에도 ‘살점’이 현장 투표 1위를 했다는 건 그만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겠지요. ‘LTE뉴스’를 이끌고 있는 개그맨 강성범은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과거엔 시사 이슈를 잘 몰라서 웃지 못하는 관객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입만 열어도 다 알아듣는다”고요.

최근 ‘웃찾사’ 녹화가 진행 중인 서울 등촌동 공개홀을 찾았습니다. 갑작스럽게 한파가 찾아온 날이었는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현장 관계자에게 물으니 요즘 관객 반응이 특히 더 좋아서 개그맨들도 한층 활기 넘치고 의욕적인 분위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모를 속앓이도 있습니다. 여전히 ‘개그콘서트’나 ‘SNL코리아’(tvN)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모로 편성이 아쉽습니다. 방송 시간은 수요일 밤 11시, MBC ‘라디오스타’와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녹화는 목요일, 방송은 그 다음주 수요일이라 거의 일주일 차이가 납니다. 시의성이 생명인 정치 풍자의 경우 코너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방송일엔 이미 다 끝난 이슈가 돼버릴 수 있는 것이죠. 더구나 먼저 방영하는 ‘SNL코리아’와 ‘개그콘서트’가 같은 주제를 다루면 ‘웃찾사’로서는 단물이 빠져버리게 되니 고민이 클 수밖에요. 안 PD는 “풍자 코너만 방송일 오전에 따로 녹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합니다. 시의성 못지않게 현장성도 중요한 터라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말입니다.

‘웃찾사’는 편성과 관련해 유독 부침을 많이 겪었습니다. 최근 2년만 해도 방송 시간대가 3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웃찾사’는 지난해 3월 금요일 밤 11시에서 일요일 오후 8시 45분으로 옮겨와 시청률이 2배 가량 올랐습니다. 거기에 ‘개그콘서트’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 차이는 2%까지 좁혀졌습니다. ‘웃찾사’가 더 재밌다는 입소문도 탔고요. 그런데 SBS가 올해 2월에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 거야’를 주말드라마로 편성하면서 ‘웃찾사’는 다시 금요일 오후 11시대로 옮겨졌습니다. 이제 막 날갯짓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기세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8월에 ‘미운 우리 새끼’가 신설되면서 또 쫓겨납니다. ‘라디오스타’가 버티고 있는 수요일 밤으로요. 한 자리에서 꾸준히 방송하면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겁니다.

최근 ‘살점’ 코너에서 개그맨 김정환은 능청스럽게 ‘셀프디스’를 했습니다. “‘웃찾사’가 13년 장수 프로그램인데 시간대가 열아홉 번이나 바뀌었어요. 시청자들이 혹시나 볼까 봐 자꾸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분노를 해학적으로 승화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고자 오늘도 개그맨들은 회의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편성표를 짜는 방송사는 몰라도 시청자들은 그 노력을 분명 알아줄 겁니다. ‘개그콘서트’와 ‘SNL코리아’가 풍자 코미디를 하지 않을 때도 ‘웃찾사’는 ‘역사 속 그날’과 ‘뿌리 없는 나무’ 등 풍자 성격의 코너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코미디의 본령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는 걸요. 풍자 코미디의 훈풍을 타고 ‘웃찾사’에도 다시 봄날이 찾아오길 바라봅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최순실 게이트를 예견한 코너로 화제가 된 ‘내 친구는 대통령’. SBS 제공
최순실 게이트를 예견한 코너로 화제가 된 ‘내 친구는 대통령’.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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