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한 달 가량 남겨 놓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창궐한 것과 관련, 아이티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사과했다고 1일(현지시간) BBC, 가디언이 보도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나 지난 이제야 공식 사과한 데다가,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취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엔은 지난 2010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초토화된 아이티로 네팔 출신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네팔 부대에서 콜레라가 발병하자 당시 콜레라 청정국이었던 아이티에서는 콜레라균이 확산, 현재까지 약 1만명이 숨졌다. 콜레라균은 유엔군 주둔지 인근 하수관을 타고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유엔이 콜레라 발병 및 확산에 대처하지 못한 실패에 대해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16페이지짜리 조사 보고서를 유엔총회 특별회의에 제출하면서 “유엔을 대신해 아이티 국민들에게 분명히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아이티 콜레라 발병과 확산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 우리의 역할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가 지난 8월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외교상 면책 특권을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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