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전달ㆍ암기 위주 교육 탈피
창의력 기를 문화예술 교육 활발
학습 부진 학생 교사동아리 지원
친구들과 협력 학습 환경도 마련
자율학습에 학생들 만족도 높아
학부모들도 교육과정 적극 참여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됐다. 7년이 지난 지금 혁신학교는 전국 모든 시ㆍ도로 퍼졌고, 초중고교 수가 1,016개로 전체 학교의 10.5%를 차지하게 됐다. 서울의 혁신학교는 일반 학교에 비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의 학교 만족도가 높고, 혁신학교 입학을 위해 이사를 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고 한다. 7월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다룬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출간한 조정래 작가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가능한 대안으로 혁신학교를 꼽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기존 학교와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21일부터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리고 있는 ‘2016 학교혁신 한마당’에 소개된 사례들을 살펴봤다.
학생,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
혁신학교는 300년 이상 지속된 지식전달, 암기,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으로 이뤄진 근대 교육체계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교육 체계는 학생들에게 삶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가능성과 잠재력마저 제한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이 적극 참여하는 배움과 협력 중심의 교육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점도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으로 교육과정 혁신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운영 혁신 ▦학부모 마을이 적극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 활성화 등이다.
현재 부모세대들에게 학교 수업이란 목차에 따라 차근차근 한 장도 빠지지 않고 교과서를 충실히 공부하는 것이었다. 교과서 중심 수업은 교과서의 틀에만 얽매여 새로운 수업 방법이나 다른 자료 활용에는 게을러지는 한계가 있다.
혁신학교 교사들은 교과서 목차에 얽매이지 않고 각 학년마다 학생이 배워야 하는 성취기준 내에서 교육과정과 수업방식을 짜는 ‘교과서 재구성’에 나선다. 최관의 서울 세명초등학교 교사는 6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재구성을 소개했다. 최 교사는 “교과서에는 문학작품 원작의 일부분만 나와있고 삽화도 출판된 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해 작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며 “교과서대로만 수업하면 교사도 아이들도 재미가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생각을 깊고 넓게 하도록 이끌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재구성 이유를 밝혔다.
최 교사는 좋은 문학작품을 골라 등장인물이 추구하는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과 관련 지어 생각해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예컨대 ‘몽실언니’ 한 권을 갖고 ▦교사가 재미있는 부분 읽어주고 이어질 내용 상상하기 ▦가족들에게 6ㆍ25 전쟁 이야기 듣고 와서 발표하기 ▦인상적인 장면 삽화 그리기 ▦연극으로 표현하기 ▦모르는 낱말 찾아 사전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면 세 단원의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사는 “학생들은 문학의 세계에 푹 빠져들 뿐 아니라 교사 역시 억눌려 있던 자율성이 살아난다”고 소개했다.
문화예술 교육을 활발히 하는 혁신학교도 많다. 서울 율현초등학교는 전 학년이 8~12시간의 연극 수업을 듣고, 4~6학년은 가야금 소금 해금 수업을 10시간씩 듣는 등 예술협력 수업과 학생 주도의 댄스 해금 소금 가야금 난타 등 예술 상설동아리를 운영한다.
서울 자곡초등학교에는 무(無)학년제 통합 체험프로젝트인 ‘샘(SEM) 스쿨’(자유선택 학습시간)프로그램이 있다. ‘S(self-sellection), E(experience), M(management) school’ 의 약자인 샘 스쿨은 일종의 ‘학교 속의 작은 학교’로, 생태학교 예술학교 탐구학교 등 3개 작은 학교로 나뉜다. 각각의 작은 학교 안에는 다양한 무학년제 통합 프로젝트반이 있다. 생태학교는 요리 과학 식물키우기 목공, 예술학교는 체육 합창 라인댄스 한국무용, 탐구학교는 체스 보드 4D창의 등의 반이 있어서 각 반에는 학년과 상관없이 15~20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모든 재학생이 1년에 52시간은 샘 스쿨 활동을 한다.
소외되는 학생 없도록 배려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학생을 어떻게 배려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서울 영등포초등학교는 몇 년 전만해도 학습부진아의 비율이 매우 높았지만 학년별 학습반(수학반)을 꾸준히 운영하고 수준별 수업 등을 도입한 결과, 그 비율이 매우 낮아졌다. 이 학교는 학습부진전담강사를 채용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5과목을 주 12시간씩 지도하고, 방학 중에도 주 14시간씩 학습클리닉을 운영한다.
학생들끼리 자율적인 학습도 활발하다. 서울 삼각산고등학교에는 다양한 성적의 학생들이 공통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이른 아침, 점심시간, 방과 후 틈틈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자율적 학습동아리인 ‘학습두레’가 있다. 현재 110개가 넘는 두레가 다양한 교과 및 비교과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개교했을 때는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였지만 혁신학교 실험 후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교가 됐다. 이 학교의 한 졸업생은 졸업생 문집에서 “나는 대단한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삼각산고에서 대단한 아이로 대접을 받았다.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3년 동안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마을, 학부모와 함께 하는 학교
혁신학교는 마을과의 소통과 협력도 중시한다. 지역사회의 문화ㆍ환경ㆍ역사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학생들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학부모 참여도 활발하다. 서울 율현초등학교는 학부모구성위원회를 결성, 급식모니터링,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기, 학교 소식지 발행, 학부모 목공동아리 활동, 학교 목공수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학교보다 높다. 서울 혁신학교의 경우 학생 만족도(2015년 기준)는 5점 만점에 4.17로 전체 학교(3.98점)보다 높았고, 학부모 역시 4.27점(전체 4.15점), 교원 4.40점(전체 4.19점)으로 전체 학교보다 높았다. 율현초등학교 학부모 김은정씨는 “아이가 학업 스트레스가 적어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다만 공교육 공백으로 인해 사교육을 더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 학업에 대한 불안감 가중, 시험 교내 상장이 없어 동기 부여가 적다는 점은 학부모들이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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